화끈한 변화에는 세간의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다. ‘잘 하고 있는데 굳이 왜 바꾸냐'는 식이다. BMW 신형 4시리즈 역시 이런 흐름을 피하진 못했다. 특히 신형 4시리즈의 잔뜩 커진 전면 그릴은 글로벌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로로 긴 키드니 그릴은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비버 이빨'이나 ‘돼지코' 같은 익살스런(?) 별명으로 회자되곤 한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안효문 기자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안효문 기자
신형 4시리즈의 디자인은 한국인 디자이너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독일 BMW그룹 소속 임승모 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임승모 디자이너는 "과감한 변화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익숙함을 비트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라 믿는다. 신형 4시리즈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란 설명을 내놨다.

4시리즈는 사실 BMW의 주력 제품은 아니다. 2020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된 BMW는 5만8415대며, 이중 4시리즈는 1163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BMW는 4시리즈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신형 4시리즈가 브랜드의 핵심가치인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잘 전달하는 차라고 말할 정도다.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의 상품성을 직접 체험했다.

수직형 키드니 그릴, 알고 보면 전통의 계승
날렵한 2도어 쿠페, 날렵한 인상 극대화

4시리즈는 베스트셀링 준중형 세단 3시리즈의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된 2도어 쿠페다. 편의성보다 세련된 디자인과 재기발랄한 주행 성능을 앞세운 가지치기 차종이다. BMW는 신형 4시리즈의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바꿔 3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적극 꾀했다.

차 크기는 길이 4770㎜, 너비 1845㎜, 높이 1385㎜, 휠베이스 2850㎜ 등으로 이전 세대보다 덩치를 키웠다. 날렵한 2도어 쿠페의 비례감을 잘 살리면서도 3시리즈보다 확실히 커다란 존재감을 전달한다.

전면부 디자인 변화는 파격적이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두 개의 분리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람의 신장과 닮아 붙은 명칭)은 앞 범퍼 하단까지 아래로 길게 늘어났고, 전체적인 크기 자체도 이전 세대보다 한층 커졌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BMW코리아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BMW코리아
이질감을 논하기 앞서 커다란 전면 그릴은 공격적인 인상과 고성능 이미지를 전달하기 효과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마감도 M 모델에서만 쓰이던 메시 타입으로 바꿔 강력한 성능을 표현했다. 시승 중 도로 위에서 만난 4시리즈들은 확실히 이전보다 속도를 탐하는 인상을 강하게 전달했다.

사실 세로형 그릴은 BMW의 전통적인 디자인 언어다. 전면에 수직으로 자리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1933년 출시된 BMW 303 등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차의 상징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았다. 신장 모양의 키드니 그릴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4시리즈의 강렬한 인상은 결국 브랜드 전통을 재해석한 결과다. 여기에 최신 조명 기술을 적용한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대형 그릴과 함께 날카롭고 공격적인 인상을 완성한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안효문 기자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안효문 기자
2도어 쿠페의 특성 상 신형 4시리즈 역시 매력적인 실루엣을 자랑한다. 짧은 앞뒤 오버행(차 끝과 차축 간 거리), 아찔하게 떨어지는 지붕선, 뒷창문 끝부분을 감아도는 고유의 C필러 디자인 ‘호프마이스터 킥’ 등이 눈에 띈다. 여기에 차 옆면에 라인을 최소화해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전달한다.

실내는 기존 4시리즈의 미덕인 깔끔한 마감과 구성을 계승했다. 많은 버튼이나 장치를 복잡하게 배치하기보다 고급 소재와 10.2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로 단순미를 표현했다. 시팅 포지션이 극단적으로 낮은 스포츠 시트, 손에 착 감기는 M 가죽 스티어링휠 등은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직렬 6기통 엔진의 강력한 성능 ‘합격점'
충실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 운전 부담 줄여줘

BMW는 고성능 M 확장전략을 발표하며 4시리즈에 최초로 고성능 M 퍼포먼스 모델을 추가했다. M440i x드라이브 쿠페는 직렬 6기통 BMW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0.99㎏·m, 0→100㎞/h 도달시간 4.5초, 안전 최고속도 250㎞/h 등을 발휘하는 조합이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엔진룸 / 안효문 기자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엔진룸 / 안효문 기자
직렬 6기통 가솔린은 BMW의 전문 분야다. 2010년대 디젤 세단 열풍, 이후 이어진 다운사이징 바람 등에 밀려 한 때 주목 받지 못했던 직렬 6기통이 신형 4시리즈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M 퍼포먼스 모델을 통해 문턱을 한결 낮춘 점도 반갑다.

일반 공도에선 M440i의 제 성능을 끌어내기 어렵다. 저속부터 가르릉대는 배기음이 가속페달에 힘을 싣도록 유혹하지만, 잠시만 긴장을 늦춰도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 일쑤다. 신형 4시리즈는 일상 주행을 겨냥한 차지만, 운전의 즐거움을 오롯이 즐기려면 서킷으로 가는 편이 낫겠다.

8단 변속기는 어지간한 상황에선 엔진회전수를 4000rpm 이상 올리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다. 수동모드로 전환하거나 다운시프트를 하지 않는 이상 순식간에 기어비를 바꾸며 의외의 연료효율을 자랑한다. 시승차는 복합 리터당 10.4㎞의 나름 준수한 연비를 인증 받았다. 일상 주행에서도 순간적으로 추월 및 가속 시 역동성을 느끼도록 ‘스프린트'라는 기능도 더했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BMW코리아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BMW코리아
신차는 보닛 등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 경량화에 성공했다. 차체 강성은 더 높아졌다. 다이어트에 성공한만큼 엔진룸을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보강재를 더했다. 서스펜션은 노면 정보를 운전자의 등과 엉덩이에 정확히 전달한다. 노면을 읽듯 정밀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충격을 불쾌하지 않게 잘 다잡는다. 편안함보다 민첩함에 방점을 찍은 세팅이지만, 주행 시 피로도가 높진 않았다.

간단한 실내 구성과 달리 편의·안전품목이 꽤 충실하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충돌경고, 차선 이탈 경고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를 기본 적용했다. 내비게이션은 차로 변경 시점을 미리 알려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로 업그레이드 됐다. BMW의 강점 중 하나인 선명한 화질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 정보를 효과적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실내 / 안효문 기자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실내 / 안효문 기자
이밖에 최대 50m 거리까지 후진 조향을 돕는 ‘후진 어시스턴트', 커넥티드카 서비스(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동시 지원), 최대 조사 거리 550m에 달하는 BMW 레이저 라이트,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OTA의 일종인 원격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Remote Software Upgrade) 등은 기존 4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없던 호사다.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안효문 기자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 / 안효문 기자
BMW M440i x드라이브 쿠페의 가격은 819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