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강국 일본 내에서도 소위 '괴물(怪物) 메뉴팩처링 컴퍼니'로 불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키엔스'라는 공장자동화(FA) 전문 업체다. 전형적인 B2B 기업이라, 일반인에겐 생경할 정도로 베일에 쌓인 회사다.
매출 규모는 5000억엔대로 우량 중견기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13조엔에 육박해, 토요타와 소프트뱅크에 이어 전일본 3대 상장사이다. 2020년 6월에는 한 때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2위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다. 시총만 보면, 국내 기업중 삼성전자 외 키엔스와 견줄 곳은 없다. 그만큼 시장이 키엔스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키엔스의 이같은 미친 경쟁력, 그들의 특허에는 어떻게 투영돼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가치'를 창출하라
2020년말 현재, 키엔스가 보유중인 US특허는 모두 454건이다. 이는 시총액이 비슷한 NTT도코모(6159건)가 한 해 내놓는 특허량에 불과하다. 동종분야 경쟁업체 오므론(5803건)에 비해서도, 무려 13배나 적은 규모이다.
1974년 일본 오사카에서 '리드 전기'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키엔스의 경영이념은 "최소의 자본과 인력으로, 최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이다. 이같은 모토가 키엔스의 특허 포트폴리오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허는 보유하고 유지하는데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키엔스는 일찌감치 다출원주의의 비효율성을 버리고, 단 1건을 출원하더라도 최고 순도의 특허만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이들 특허의 우수성은 미 특허청 심사관들이 유사 특허를 심사할 때, 키엔스의 특허를 얼마나 참고 또는 인용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마다 피인용되는 건수가, 같은 기간 키엔스가 신규 등록하는 특허 건수보다 배 이상 많을 정도이다.
키엔스는 자체 제조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 등지서 만들어 온다. 이른바 '팹리스'(Fabless) 경영 일환이다. 그래서 일부 제품은 경쟁사 대비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도 듣곤 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고객사가 이 회사 제품만을 찾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로 키엔스만의 '독창성'에 있다. 실제로, 이 회사 신제품의 약 70%는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키엔스가 아무리 값을 비싸게 불러도, 다른 업체로 대체가 불가하단 얘기다.
지금은 주위에서 흔하게 뵈는 '드론'도, 이미 1980년대 키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자이로소서'(Gyro saucer)라는 제품명으로 출시까지 했다.
관련 특허 하나 보자. 키엔스가 일본 특허청에 출원한 '프로펠러 회전면 틸팅 장치'라는 특허다. 프로펠러 회전면의 틸팅, 즉 경사 각도를 조절해 비행체의 진행 방향 등을 조정한다는 게 이 특허 골자다. 30년전 출원된 이 특허 기술에 기반한 당시 키엔스 제품을 보면, 자세 제어와 선회 제어를 위해 2개의 자이로스코프가 탑재되는 등 배터리 부분을 제외한 기계적 장치는 오늘날 드론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기준,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1839만엔, 우리돈 2억원에 달한다. 일본 제조업계 부동의 연봉킹 타이틀을 수년째 고수중이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창업자 다케미츠 명예회장 역시, 일본 3대 부자다. 키엔스 기술영업맨들은 고객사 생산라인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고객의 애로사항이나 개선방향을 누구보다 재빨리 캐치해, 자사 연구진과 이를 바로 공유한다. 키엔스의 신속한 기술개발과 특허 선구안에 고객사가 기꺼이 큰 돈을 지불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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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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