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기존 화폐처럼 강제로 통용될 수 있는 ‘법화’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가상자산과 구분되는 발행근거를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CBDC 외부 연구용역 책자를 발간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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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용역을 맡은 정순섭·정준혁 서울대 교수와 이종혁 한양대 교수는 CBDC의 법적 성질을 정의하고, 한은의 CBDC 발행 권한과 CBDC 시스템 운영 가능 여부 등을 점검했다.

연구진은 "CBDC는 기존의 통화법제상 법화(法貨)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며 "한은은 화폐 발행 권리를 독점적으로 가지는 만큼, CBDC 발행도 한은의 목적·업무 범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는 물리적 실체가 있는 한국은행권(지폐)과 주화(동전)를 뜻한다"며 "CBDC 발행 근거 규정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에는 가상자산을 발행주체 유무와 관계없이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그런만큼 CBDC가 가상자산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당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CBDC의 발행·유통·환수 등을 위한 CBDC 시스템은 지급결제시스템에 해당하는 만큼 한은이 법에 따라 CBDC 시스템을 운영하고,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한은의 CBDC 발행은 독점적 발권력에 따른 것이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CBDC의 위·변조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중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테스트를 진행한다. 관련 법률·제도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