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는 침체 일변도인 반면, 자산 가격은 계속 오르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윌리엄 퀸, 존 터너의 신작 ‘버블: 부의 대전환(다산북스)’을 소개합니다.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10여개 버블 붕괴의 역사들을 톺아보면서, 현 상황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도록 돕는 지렛대를 제공합니다.
저자들은 버블을 발생시키는 요소로 ‘자산 거래의 용이함’, ‘유동성’, ‘투기’를 지목합니다. 이른바 ‘버블의 트라이앵글’입니다.
시장에서 자산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편리한 환경이 조성됐을 때,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을 때, 이익을 보려는 목적으로 자산을 매수하는 투기 행렬에 소시민들마저 열렬히 동참할 때. 버블을 발생시키는 세 가지 트라이앵글이 마련된다고 진단합니다.
여기에 신기술이 낳은 미래에 대한 낙관, 정부의 의도적인 자산 가치 상승 정책, 언론 보도 누적으로 인한 투자 기대 확산 요소들마저 겹치면 버블은 꺼지며 자산 가치는 급락하게 됩니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버블 붕괴가 늘 가격 폭락에 따른 신용 경색과 경기 위축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매수자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았고,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확보됐을 때 버블 붕괴가 낳는 피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국면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보는 것 만큼이나, 오늘날 버블을 경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견제의 틀이 온전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수백년간의 금융 역사를 통해 버블을 고찰한 저자들의 진단을 열심히 좇은 독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1.버블은 일정 기간 동안 주식 등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다가 다시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다.
2.버블을 일으키는 첫 번째 요소는 시장성이다. 시장성은 자산을 쉽게 사고 팔 수 있을 때, 자산의 일부만 구매해도 되는 환경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 자산을 쉽게 이동할 수 있을 때 시장성은 높아진다.
3.어떤 버블은 부동자산을 대신해서 이동 가능한 자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금융 혁신 덕에 일어나기도 했다.
4.버블은 종종 버블 자산에 대한 시장 참여가 증가해 잠재적 매도인과 매수인 수 자체가 늘었을 때도 발생한다.
5.또 낮은 이자율과 느슨한 신용 조건이 형성됐을 때에도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
6.투기는 마지막 트라이앵글 삼각형 중 하나다. 이익을 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나중에 이익을 보고 자산을 매도하기 위해서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 투기인데,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수많은 초보 투자자들까지도 투기꾼으로 변모해 매수에 합류한다.
7.시장성, 돈과 신용, 투기라는 세 변으로 이루어져 있는 버블 트라이앵글은 버블 발생에 필요한 조건을 잘 설명해준다. 여기에 적절한 기술적 또는 정치적 요소로 불꽃이 붙으면 완벽하게 버블이 형성된다.
8.버블 붕괴의 한 가지 확실한 원인은 연료 부족이다. 버블자산에 투자할 돈과 신용은 한정돼 있는데 금리 인상이나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인해 신용의 양이 줄어들 때, 이는 투기자들의 대출을 어렵게 하고 버블자산을 일찍이 매각하게 만든다.
9.또는 신용 시장 긴축이 시작되면 대출 받은 돈으로 버블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할 수 없게 돼 결국 자산을 팔 수밖에 없게 된다.
10.투기꾼 수요도 결국 한정돼 있기에 이런 상황이 되면 가격 기대는 하락하고, 매도가 확산되면서 버블은 붕괴될 수 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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