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시작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9일 자정에야 끝났다. 황 후보자는 문화·콘텐츠·관광·체육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황 후보자 인사가 관련 업계를 위하기보다는 친문(親文) 보은을 위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황 후보자는 정책 집행이 미흡한 분야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은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문체부 장관을 맡았다며 후보자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희 장관은 게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게임이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고, 세계 시장에서 종주국 역할을 한다고 본다"며 "미국의 디즈니랜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야당은 주로 황 후보자 경력이나 전문성보다는 ▲가족 생활비 월 60만원 ▲본회의 병가 스페인 가족여행 ▲자녀 고액 외국인 학교 입학 ▲논문 표절 등 후보자 도덕성을 중심으로 검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승수 의원(왼쪽), 황희 후보자 / 국회영상회의록
김승수 의원(왼쪽), 황희 후보자 / 국회영상회의록
병가 내고 본회의 대신 스페인 여행…"부적절한 일" 사과
자녀 자사고·외국인 학교 입학 비판 나와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 본회의 기간에 병가를 내고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사과했다. 그는 "스페인에 간 부분은 이미 사과를 드렸는데, 변명을 하자면 처음 가족이 여행을 나갔을 때 본회의가 없었다"며 "20대 본회의 출석률은 96%로, 당시 SNS에도 사과를 올리고 지적도 받았다. 결과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 자녀가 자율형사립고를 거쳐 고액이 드는 외국인 학교에 다니는 사실도 문제로 거론됐다. 황 후보자는 공교육 중심 교육 평준화를 주장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자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황 후보자는 "자사고 입학을 몰랐다. 원래 외국인 국제학교에 입학했다"며 "정원이 모자라 외국인 고등학교에 못 들어갈 것을 우려해 집 앞 자사고에 응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자사고,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한 적 없다"며 "해당 학교가 취지에 맞지 않게 서열화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생활비 月 60만원 논란에 "실제 생활비 지출 300만원 수준"

생활비 월 60만원 논란은 황 후보자가 국세청에 신고한 2019년 가족(배우자, 자녀 포함) 한 해 지출액이 720만원에 불과해 불거진 의혹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는 한국 소득 하위층 20%의 절반 수준으로, 이 정도 지출 수준으로 어떻게 해마다 가족여행을 갔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월 생활비가 60만원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언론이 보도한 액수는 아파트 월세, 보험금, 자녀 학비, 기부금, 채무 상환금 등을 제외한 신용카드비 720만원을 단순히 12개월로 나눈 것이다"라며 "이는 통장 잔고가 없다고 전제하고 계산한 것으로, 실제 생활비 지출은 3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가족 명의 통장이 46개나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역 예비 후보로 2번 떨어지고 계속 출마하다 보니 계좌 안에 돈이 얼마 있는 지 잘 모른다"며 "대부분 소액 계좌로, 1000원 단위 돈이 있는 지 모르고 계속 발급한 것"이라고 했다.

황희 후보자 박사 학위 논문, 국토위 보고서 베꼈나…치열한 공방 이어져

청문회 막바지에는 논문 표절 의혹과 ‘국문 논문’ 제출을 쟁점으로 치열한 검증이 이어졌다. 야당은 황 후보자의 박사 학위 논문은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뢰로 작성된 연구 보고서를 직역한 내용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 돈으로 논문을 샀다는 지적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책임교수가 2017년 9월 2000만원을 받고 국토교통위원회로부터 발주를 받아 연구를 진행했고 같은 해 12월 보고서를 완료했다"며 "2017년 12월에 후보자의 박사학위 졸업논문이 완료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책임 교수는 황 후보자의 대학원 박사 논문 지도교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용역을 준 것을 오늘 알았다"며 "보통 상임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국토교통위원이 어느 사람에게 용역이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용역 보고서와 논문은) 해외에 있는 표, 정의, 규정 등을 차용한 것으로, 논문에 출처를 밝혔다"고 말했다.

문체위는 10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황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