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노리는 K라면, ‘가격’이 문제다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2.14 06:00
코로나 여파로 세계적으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농심·삼양·오뚜기·팔도 등 한국 라면의 해외 판매가 크게 늘었다. 농심의 경우 신라면과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글로벌 히트로 2020년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24% 성장한 9억9000만달러(1조1264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K라면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다는 시각이다. 글로벌 경쟁업체도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판매를 확대시켰고,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가격이 다소 높은 국산라면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는 일본 닛신(日清)이다. 1958년 첫 상품을 선보였다. 닛신식품은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면업계 강자다.

닛신 대표 라면상품 ‘컵누들’. / 야후재팬
닛신은 최근 3분기(2020년 4월1일~12월31일) 실적발표를 통해 3분기 누적 매출 3738억엔(3조9843억원) 영업이익 499억엔(5325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4%, 영업익은 40.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닛신 해외매출은 1조5396억원에 달한다. 회사 전체 매출의 38.6%에 달하는 수치다.

닛신 미주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532억엔(5678억원) 영업익은 10.4% 늘어난 39억엔(425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 매출은 미국 보다 많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558억엔(5953억원) 영업익은 37.6% 늘어난 92억엔(985억원)으로 나타났다. 홍콩을 제외한 중국지역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353억엔(3765억원), 영업익은 32.2% 증가한 40억엔(428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외 매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닛신은 실적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저가 라면 상품이 호조세를 보였고, 높은 가격대 신제품이 예상 밖으로 잘 팔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로부터 최고 라면으로 평가받은 ‘신라면'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유튜브 대세로 오른 ‘짜파구리’의 여파로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농심은 2020년 해외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농심에 따르면 2020년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24% 성장한 9억9000만달러(1조1264억원)를 기록할 예정이다. 정확한 수치는 올해 3~4월쯤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농심은 2020년 신라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한 3억9000만달러(4437억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심 해외 사업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농심 해외매출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곳은 미국이다.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법인 매출은 2020년 3억2600만달러(3709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28% 성장한 수치다.

신라면 블랙. / 농심
농심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해외실적 확대를 통해 글로벌 라면 시장 3위를 넘본다고 공표한 바 있다. 2020년 기준으로 3위인 인도푸드와의 점유율 격차가 1.8%이고 최근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 행보로 바탕으로 수년 내에 세계시장 3위 자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식품업계는 농심·삼양·오뚜기·팔도 등 국내 대표 라면업체들이 글로벌 인스턴트 라면 시장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다고 평가한다.

13일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이 글로벌 라면업체 3위에 오르는데 적어도 5~6년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 한류붐으로 한국 라면이 그 어떤때보다 사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특수는 해외업체도 수혜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실제 국산라면을 해외에 수출해 보면 해외상품의 가격공세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한류붐으로 인기가 있다해도 국산라면이 해외 경쟁상품 대비 가격이 높은 만큼 해외시장에 납품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라면시장 규모는 412억달러(46조8700억원)로 전년 대비 11.3%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라면 점유율 1위는 중국의 ‘캉스푸(康師傅)’다. 2020년 예상 점유율은 13.4%다. 2위는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일본 닛신(日淸)이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 일본의 토요스이산(東洋水産, 7.3%)이 따르고 있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최대 라면 소비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9년 기준 414억5000만인분의 라면을 소비했다. 2위는 인도네시아(125억인분), 3위는 인도(67억인분), 4위는 일본(56억인분), 5위는 베트남(54억인분), 6위는 미국(46억인분), 7위는 한국(39억인분), 8위는 필리핀(38억인분), 9위는 태국(35억인분), 10위는 브라질(24억인분)이다.

라면 점유율 1위 캉스푸는 중국 내수 시장만 지켜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 식품기업이 올라설 수 있는 자리는 일본 닛신이 차지한 글로벌 2위까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행인 것은 한국 라면이 맛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면을 필두로 해외 소비자들 사이서 인지도가 과거와 비교하지 못할만큼 많이 상승했다"며 "미국 등 해외 소비자로부터 맛이 좋다는 평가도 얻고 있어 가격에서 다소 약점이 있더라도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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