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분다. AI 보안 솔루션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다.

12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AI 보안 솔루션을 개발해 선보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선제적으로 AI 보안 솔루션을 출시했던 업체들은 2020년 관련 매출이 크게 오르며 실적 상승 효과도 얻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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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이글루시큐리티다. 일찍이 AI 보안 솔루션 개발에 나선 이글루시큐리티는 2019년 AI 보안관제 솔루션 ‘스파이더 티엠 에이아이 에디션’을 선보였다. 시장 선점효과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보안 솔루션 시장이 커지면서 나타났다.

이글루시큐리티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스파이더 티엠 에이아이 에디션’을 비롯한 솔루션 판매가 늘면서 2020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8.2% 상승한 817억2000만원을, 영업이익은 207.2% 오른 51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2020년에만 34건의 AI 관련 특허를 취득할 정도로 차세대 보안 연구개발(R&D)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안랩도 2020년 AI기반 정보보안 스타트업 ‘제이슨'을 인수하는 등 AI 보안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안랩에 따르면 제이슨은 AI 기반 이상징후탐지 솔루션 'JMachine'을 국내 대기업, 금융사 등에 제공하며 2020년 매출이 전년대비 증가했다.

같은해 글로벌 네트워크 보안업체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머신러닝 기반 차세대 방화벽 ‘PAN-OS 10.0’을 출시했고, 지란지교시큐리티는 KT와 협업해 AI 이메일 보안 솔루션을 선보이는 등 보안 솔루션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케스트레이션 자동화 및 대응(SOAR) 플랫폼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SOAR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 2017년 제시한 개념이다. 보안 시스템 운영 시 유입되는 사이버 위협의 대응 레벨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사람과 기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포티넷코리아는 최근 사고 대응을 위한 조사 작업에 AI를 도입한 ‘포티XDR’ 솔루션을 선보였다. 포티넷코리아에 따르면 특허 출원된 AI 기술을 접목해 여러 업체의 보안 제품을 구축할 때 발생하는 복잡성을 줄인다. 사고의 규명부터 위협 유형 및 범위 구분, 대응 방법 정의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얼굴인식이 가능한 AI 보안솔루션을 선보였다. 한화테크윈은 사내 AI 연구소를 설립한 후 AI 통합보안 솔루션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활용 ‘AI 보안’ 기대감 ↑

한국침해사고대응팀협의회(CONCERT)는 ‘AI 보안기술 개발에 대한 수요자 요구사항 도출’ 보고서에서 AI 보안기술의 현주소는 AI를 활용해 대규모 이벤트를 분석하고 위협으로 의심되는 것을 신속히 찾아낼 수 있어 대응 업무의 신속성과 단순화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학습되지 않은 새로운 위협을 찾아내지는 못하며 과도한 알림 노이즈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CONCERT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산업·학계 등 산업 전반의 데이터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보안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자원을 활용해 필요한 연산능력을 확보하고, 보안에 특화된 알고리즘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다양한 공격 방식에 대한 학습으로 적절한 대응법을 적용하는 툴이 개발될 전망이다. 보안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거나, 정부 과제로 진행 중인 사례도 있다.

심상현 한국침해사고대응협회 사무국장은 "AI 보안 초기 시장은 관제 솔루션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AI 보안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4월쯤 학계, 산업계 별로 나눠 세미나 형태로 심도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