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기업 B사 대표는 최근 한 웹사이트에 자신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게재된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혀 연관 없는 투자 사기 웹사이트에 자신의 얼굴이 도배됐기 때문이다. 해당 웹 사이트에는 "3개월만에 10억원 만들어 드립니다. 1일 최고 수익률은 무려 728%에 달합니다. 1:1 맞춤형 컨설팅은 물론, 원금 보장에 확실한 수익까지 안겨드립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당신의 삶은 절대 변화할 수 없습니다"라는 전형적인 사기성 멘트가 도배돼 있었다.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을 내리고자 다방면으로 수소문했지만, 아직까지 이 웹사이트에는 대표의 얼굴이 버젓히 노출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자 관련 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 사례처럼 가상자산 기업 대표를 사칭해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갈취하는 시도가 잇따르는가 하면, 거래소 임직원을 사칭해 고액의 상장 수수료를 갈취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 사기 웹사이트에 노출된 가상자산 기업 B사의 대표. /IT조선
투자 사기 웹사이트에 노출된 가상자산 기업 B사의 대표. /IT조선
대표 얼굴 믿고 투자했더니 내 손에 0원

업계에서 올초부터 가장 많이 포착되는 신종 사기 사례는 가상자산 기업 대표임을 사칭해 개인 투자자를 현혹하는 행위다. 이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사이트에 게재된 대표 사진과 관련 기사, 가짜 후기를 보고 자금을 넣는다.

며칠 후 투자자들의 자금은 온데간데 없다. 관련 사이트에 아무리 문의를 넣어도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다. 결국 희생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가상자산 기업의 대표다.

최근 이같은 일을 당한 가상자산 기업 B사 대표는 "회사 이메일로 투자금을 찾는 문의가 계속 오면서 해당 웹사이트를 인지하게 됐다"며 "개인 사진과 유명세를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킨 만큼,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일은 B사 대표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유명 블록체인 투자사 H사 대표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H사 대표는 개인 SNS에 "전혀 무관한 사이트다"라며 사이트 셧다운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부분은 해당 웹사이트에 게재된 가짜 대화다. "대표님 덕분에 얼마만큼의 돈을 벌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투자자의 댓글에 H사 대표가 "단지 운으로 얻을수 있었다는 생각보다는 여러가지 빅데이터로 좋은 결과를 불러올수 있었다"는 답변을 다는 식이다. 가짜 성공 사례를 통해 투자자를 현혹하고, 대표의 답변으로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는 인식을 주는 셈이다.


업체 대상 사기 행각도 기승…상장 수수료 갈취

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도 포착된다. 거래소 임직원을 사칭해 상장 수수료를 갈취하려는 것이다.

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업체는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을 위해 종종 거래소에 상장 수수료를 지급한다.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 거래소도 있지만, 최소 수 억원~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거래소도 많다. 코인 발행 기업에게 상장 수수료 갈취 사기 수법이 통하는 배경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특정 불법 상장 브로커는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빗썸 임직원을 사칭하며 코인 발행 블록체인 업체에 접근했다. 이들은 상장 수수료로 5억원 어치(10비트코인)의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빗썸 관계자는 "블록체인 업체 입장에서 발행 코인의 거래소 상장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악용해 대가를 뜯어내려는 것이다"라며 "강력한 법정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빗썸은 백서와 기술검토 보고서, 규제 준수 확약서 등을 토대로 신청을 받은 뒤 상장심사위원회를 열고 내·외부 검토를 통해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