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학살, 대중의 편견, 악의 속에서도 살아남은 한 여성 예술가가 있습니다.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는 ‘살아남은 여성 예술가’ 심시선을 잊지 않으려는 딸과 아들, 손녀와 손주들의 따뜻한 분투를 그립니다.
후손들이 결코 잊지 않고 싶어하는 심시선과의 명랑한 일화들 속에는, 젊은 세대가 갈구하는 따뜻한 ‘어른’의 이상향이 담겨 있습니다.
심시선은 아픈 아이를 키우며 ‘독서’에 집착하게 된 며느리에게 "별의별 것에 대해 읽는, 애벌레처럼 읽는 사람은 결국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부담 없는 위로를 건네는 노인이었습니다.
손녀들을 만날 때마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팁 하나와 액세서리 하나를 건네주던 심시선은, 구구절절한 위로보다 따뜻한 제스처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할머니이기도 했습니다.
밀레니얼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정세랑의 세계를 좇다보면 한국 소설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던 모두가 사랑하는 어른과,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서로를 응원하는 가족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사랑하는 지난 세기의 예술가들에게 당연히 누렸어야 했을 것들을 가상으로라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할머니와. 할머니는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이었다. 성격상 쉽게 분쟁에 휘말리는 편이었고, 그럼에도 자기 의견을 좀처럼 굽히지 않았으며 대중의 가벼운 사랑과 소수의 집요한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2.할머니는 쉽사리 희미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시대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았는데 세상을 뜨고 십년이 지나자 사람들이 어디선가 자꾸 조각 글과 영상 들을 발견해냈다.
3.난정이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된 것은 아이가 아팠던 시기와 겹쳤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4.수희공덕을 풀어쓰면 다른 사람이 이루는 공덕을 함께 따라 기뻐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질투 없는 마음이 또 있을까? 문화계에 몸담고 있다보면 어찌나 자주 질투에 빠지는지 모른다. 질투 없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비틀린 데 없이 환한 안쪽을 가진 이만이 가능한 경지, 범인은 끝내 다다르지 못할 경지일지 몰라도 목표로 삼으려 한다.
5.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규림은 천천히 생각했고 그렇게 여과된 것들을 끝내 발화하지 않을 것이었다.
6.시선이 쓴 대로 ‘어떤 자살은 가해’였고, 그 가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시선을 원망했다. 화수에게 시선은 어른 그 자체였고, 그 어른이 더 무겁고 더러운 사슬 같은 것을 끊어줘서 화수에게까지 오지 않도록해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여겼던 듯했다.
7. 미국을 봐. 2차대전 때 군국주의자들이랑 싸웠다는 것만으로 정의의 편인 것처럼 굴지만 하와이에 한 짓을 봐.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한 짓도. 제국주의자들은 자기가 제국주의자인 걸 몰라. 인정을 안 해.
8.특별히 어느 지역 사람들이 더 잔인한 건 아닌 것 같아.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에겐 기본적으로 잔인함이 내재되어 있어. 함부로 굴어도 되겠다 싶으면 바로 튀어나오는 거야. 그걸 인정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한 집단의 역겨움 농도가 정해지는 거고.
9.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10.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손맛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 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 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나의 실패와 방황을 양분삼아 다음 세대가 덜 헤맨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 현태호 깃랩 한국 지사장 "단일 데브옵스 플랫폼 깃랩 15, 기업 비즈니스 돕는다"
- [IT 북마당] 개발자에서 아키텍트로 · 데브옵스 도입 전략 외
- 깃랩, 데브옵스 단일 플랫폼 깃랩14 선봬
- [10줄 서평] 피닉스 프로젝트 "위기에 빠진 IT 프로젝트를 구하라"
- [10줄 서평] 개발 함정을 탈출하라…"프로덕트 매니지먼트의 길"
- [10줄 서평] 임태규의 '텐서플로 라이트를 활용한 안드로이드 딥러닝'
- [10줄 서평] 홍성원의 '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
- [10줄 서평] 냉장고를 여니 양자역학이 나왔다
- [10줄 서평] 실리콘밸리 리더십…마이클롭 애플 테크 리더가 꼽은 30가지 리더십 비법
- [10줄 서평] 메타물질로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다고?
- [10줄 서평]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만화로 배우는 업무 데이터 분석 상식"
- [10줄 서평] 37년 주식투자 전문가가 전하는 합리적 투자의 조건
- [10줄 서평] 자본 생존 전략은 임팩트 투자와 ESG
- [10줄 서평]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 [10줄 서평] 임창환의 브레인 3.0 "인류의 미래는 AI와 뇌공학이 바꾼다"
- [10줄 서평] “김 팀장, 예측이 아니라 추론을 해야죠!"
- [10줄 서평] MBA 마케팅 필독서 45
- [10줄 서평] 김재필의 'ESG 혁명이 온다'
- [10줄 서평] 이재환의 자바 프로그래밍 입문
- [10줄 서평] "AI는 어떻게 기업을 살리는가"…김경준·손진호의 AI 피보팅
- [10줄 서평] 조원경의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 [10줄 서평] 윤영호의 '그러니까, 영국'
- [10줄 서평] 컨테이너 인프라 환경 구축을 위한 쿠버네티스/도커
- [10줄 서평] 데브옵스 도입 전략
- [10줄 서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마케팅 시작하기
- [10줄 서평] 개발자에서 아키텍트로…"38가지 실전 훈련법"
- [10줄 서평] 산제이 굽타의 '킵 샤프 늙지 않는 뇌'
- [10줄 서평]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 [10줄 서평] 데이터 스토리…"데이터를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방법"
- [10줄 서평] 알고리즘 윤리
- [10줄 서평] 프라이버시 중심 디자인은 어떻게 하는가
- [10줄 서평] 김호섭 등 6인의 '일본, 한국을 상상하다'
- [10줄 서평] 시오노 나나미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 [10줄 서평] 지금 모빌리티에 투자하라
- [10줄 서평] 린 AI…"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실용적 방법"
- [10줄 서평] AI하라…누구나 AI가 필요한 시대
- [10줄 서평] 비전공자를 위한 첫코딩 챌린지
- [10줄 서평] 윤석남·김이경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10줄 서평] 최종, 최최종…엑셀 탈출 '구글 스프레드시트 제대로 파헤치기'
- [10줄 서평] Tucker의 Go 언어 프로그래밍
- [10줄 서평] 김규봉·박광혁의 '뜻밖의 화가들이 주는 위안'
- [10줄 서평] 이다혜의 '내일을 위한 내 일'
- [10줄 서평] 존 리의 '부자되기 습관'
- [10줄 서평] 맥 쓰는 사람들을 위한 mac OS 완전정복
- [10줄 서평] 수포자를 위한 '친절한 딥러닝 수학'
- [10줄 서평] 이명호의 디지털 쇼크, 한국의 미래
- [10줄 서평] 김난도의 '마켓컬리 인사이트'
- [10줄 서평] 리처드 윌린의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 [10줄 서평]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
- [10줄 서평]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의 서
- [10줄 서평]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10줄 서평] 사피 바칼의 '룬 샷'
- [10줄 서평] 자외선이 당신을 늙게 한다
- [10줄 서평] 정여울의 '1일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 [10줄 서평]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10줄 서평] 곽재식의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10줄 서평] 유닉스의 탄생
- [10줄 서평] 데이터 쓰기의 기술
- [10줄 서평]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의 '건지 감자 껍질파이 북클럽'
- [10줄 서평] 홍춘욱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 [10줄 서평]이철승의 '쌀 재난 국가'
- [10줄 서평] 김용섭의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 [10줄 서평] 이동륜의 인간교
- [10줄 서평] 임홍택의 '관종의 조건'
- [10줄 서평] 홍일립의 국가의 딜레마
- [10줄 서평] 임동근, 김종배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10줄 서평]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 [10줄 서평] 이형재의 '직장인 공부법'
- [10줄 서평] 빌게이츠의 '빌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10줄 서평] 김강원의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 [10줄 서평] 알터 에고 이펙트 "부캐 열풍, 내 안의 영웅을 끌어낸다"
- [10줄 서평] 니와 우이치로의 죽을 때까지 책읽기
- [10줄 서평] 최은수의 더 위험한 미국이 온다
- [10줄 서평] 미치오 카쿠의 초공간
- [10줄 서평] 윌리엄 퀸·존 터너의 버블:부의 대전환
- [10줄서평] 정연태의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
- [10줄 서평] 조산구의 공유경제2.0
- [10줄 서평] 최원석의 ‘테슬라 쇼크’
- [10줄서평] 달러구트 꿈 백화점
- [10줄 서평]오노레 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 [10줄 서평] 니시노 세이지의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 [10줄 서평] 린더 카니의 팀 쿡(Tim Cook)
- [10줄 서평]라나 포루하의 '돈비이블(Don’t be evil)'
- [10줄 서평]백재현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
- [10줄 서평] 레베카 패닌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