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터리 합의 위해 '휴전'부터 하자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2.18 06:00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가 승리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이 나온 만큼 양사가 근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양사는 합의금 규모를 놓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날선 반응을 보인다. 합의금 격차는 최종판결 이전보다 더 커졌다. 절충점을 찾기 보다 상대를 자극하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각사 입장에서는 수조원 ‘뻥튀기’ 수천억 ‘후려치기’로 보일 뿐이다. 물밑협상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협상이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LG와 SK는 영업비밀침해 소송 기간 중 끊임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2020년 9월 배터리 특허를 두고 장외 여론전으로 각을 세우더니, 같은해 12월에는 SK가 LG 배터리 화재를 겨냥해 ITC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LG가 반박했다.

1월에도 SK가 LG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의 무효 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양사는 해석을 달리하며 다툼을 이어갔다. 정세균 총리까지 나서 양사의 원만한 합의를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LG는 11일 ITC의 최종판결이 나온 후 당일 출입기자의 이해를 돕기위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앞으로의 협상이 SK의 태도에 달렸다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SK의 심기가 편할리 없다. 급한 곳은 SK인데 합의를 수차례 강조하는 LG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잔뜩 날이 선 양사에 휴전을 제의하고 싶다. 합의금 협상 테이블은 지속하되, 상대의 신경을 긁는 발언은 자제하자는 얘기다.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흔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지만, 결과적으로 상대가 합의에 응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감정싸움에 불과하다.

ITC가 SK의 조기패소 판결을 인용함에 따라 LG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맞다.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하도록 더 나은 조건에서 합의를 바라는 것은 승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LG가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 할 의향이 있다면 ‘압박’ 보다는 승자의 포용으로 손을 내밀 필요도 있다. 더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수준의 합의금 제안에는 어떤 기업도 순순히 백기를 들지 않는다.

SK 역시 합의금 조율에 앞서 패소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LG가 협상의 여지를 주지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SK가 여전히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최종판결까지 나온 마당이다. 자존심을 내세워 벼랑끝 결전을 준비하는 것보다 기업의 안정적인 미래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어떤 협상이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양사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소통하면 한쪽의 불만을 최소화 할 방안도 찾을 수 있다. 한쪽만 치명상을 입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름잡는 K배터리 기업이 SK를 뺀 2곳이 아닌 SK까지 포함한 3곳이 되길 바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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