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친환경차 785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현재 누적 보급대수 82만대의 10배 가까이 되는 숫자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현 가능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 연결 이미지 / IT조선 DB
전기차 충전기 연결 이미지 / IT조선 DB
정부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283만대를 공급하고, 2030년에는 그 수를 785만대로 확 늘린다.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0년 자동차 등 수송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현행 대비 24% 줄어든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친환경차의 차종별 보급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0년 10월 미래 친환경차 보급 계획안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 국내보급 등 전기・수소차 판매비중을 10%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다. 18일 발표는 2025년 기준 150만대 이상을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으로 채워야 달성 가능한 숫자다.

2020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역대 최다 친환경차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내수시장에 판매된 친환경차(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전기차, 수소차 포함)는 22만7000여 대로 전년 대비 58.7% 급증했다. 이중 하이브리드가 16만1450대로 점유율 70% 이상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4만6197대 소비자에게 인도됐다. 성장률은 31.5%, 점유율은 20.3%다.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완성차 업체들은 5년 안에 내수에서만 전기차 24배 이상, 하이브리드는 8배 이상 늘려야한다. 산업계에서 4차 친환경차 계획안의 현실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에서 추진하는 사업계획이 마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오도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안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 확대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4차 친환경차 계획안에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 적극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내리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양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이것이 전기차 대량생산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보조금 정책이나 공공부문 친환경차 확대와 같이 정부 주도의 정책이라기보다 기업의 사업 영역에 있는 내용인만큼 정책으로 소개되는 점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가 디젤 수요를 대체하며 친환경 전동화 차량 보급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차 지정을 폐지하거나, 내연기관 신차 판매금지 시 하이브리드를 포함하는 추세인만큼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에 많은 비중을 두는 정책 방향은 자칫 국내 친환경차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4차 친환경차 계획안에는 ▲공공기관 친환경차 100% 의무구매 ▲렌터카·대기업 등 민간 친환경차 구매목표제 도입 ▲운송부문 친환경차 인센티브 확대 ▲2025년까지 충전기 50만기 이상 보급 ▲친환경차 보급 목표 실적 거래 등 대기환경보전법 하위법령 개정 등 내용이 담겼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