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AI 알고리즘에 휘둘려"
가짜 단독·보도자료로 포털 노출에만 목매

네이버·다음 등 포털의 뉴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가짜 단독과 보도자료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뉴스 AI 알고리즘을 악용한 운영 방식이라는 것이다.

24일 언론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포털의 뉴스 편집 AI 알고리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AI 아리스와 루빅스가 뉴스 편집을 담당 중이다.

이들 AI는 가짜 단독에 휘둘리는 경향이 뚜렷히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원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원(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은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검증했다. 이 연구원은 내용과 관계없이 제목에 단독을 붙이는 등 일부 기자가 AI 알고리즘 속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포털의 뉴스 추천 화면. 비슷한 내용의 뉴스가 짧은 시간 동안 수십개(빨간 원 참고) 올라오면 자동으로 묶어 주요뉴스로 만든다. /갈무리
포털의 뉴스 추천 화면. 비슷한 내용의 뉴스가 짧은 시간 동안 수십개(빨간 원 참고) 올라오면 자동으로 묶어 주요뉴스로 만든다. /갈무리
현행 뉴스 편집 AI가 기사 사실 여부까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을 파고든 일부 매체 기자는 AI의 가중치(중요도)와 관계된 부분만 고려해 뉴스를 올린다. 주요 뉴스로 노출되기 위한 조치다.

네이버는 이런 악용 사례를 최소화하고자 2020년 9월 ‘많이 본 뉴스 순위’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뉴스 추천 모델을 도입했다. 당시 네이버는 "기사의 내용과 관련 있는, 그 기사를 본 사람이 많이 본, 그리고 현재 인기 있는 기사를 고루 반영해 더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스 편집 AI 알고리즘은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전히 일부 내용만 바꾸고 제목에 단독을 붙여 노출하는 방식은 포털 등에서 주요 뉴스로 선정되지 않은 기사에 빈번하게 사용된다.

한 주요 일간지 기자는 "단독의 의미가 변한 것 같다"며 "실제 단독이 아닌 기사가 오히려 단독이라는 단어 덕에 노출되고는 하며, 그 영향으로 취재 의지가 많이 꺾인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도 AI 알고리즘을 속이는 언론 보도 형태 중 하나로 지적됐다. 포털의 뉴스 편집 AI 알고리즘은 비슷한 내용의 뉴스가 단기간에 다수 나오는 경우 이를 주요 뉴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큐레이션을 한다. 이런 큐레이션을 통해 중요한 사회 이슈를 알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보도자료 배포 등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 언론홍보 담당자는 "엠바고 있는 보도자료의 경우 기사가 비슷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나와 포털에서 자동으로 주요 뉴스로 판단해 오랫동안 노출된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기사가 적은 휴일에 이런 방법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악용은 국내 매체 환경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주요 일간지 기자는 "뉴스 소비가 포털에 집중된 국내 특성상, 노출은 매체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다"라며 "각 매체에서 기자의 내부 평가 요소로 노출도(클릭 수)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취재 기사와 함께 보도자료 역시 주요 뉴스로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일부러 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재원 연구원은 "일부 매체가 발굴기사나 기획기사 등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한 기사작성보다 포털의 AI와 힘겨루기하고, AI가 채택하는 기사로 포장하는 것에 힘을 쓴다"며 "이는 저널리즘 본연의 의무 대신 수량이 중요한 AI 딥러닝 방식에 맞춰 뉴스 가치가 변해가는 문제"라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