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GA)을 자회사로 설립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직접 자회사 GA를 세워 GA 전문 업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또 기존보다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해 매출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계사와 고객을 모두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생명(위)과 미래에셋생명 회사 로고 /각사
한화생명(위)과 미래에셋생명 회사 로고 /각사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은 4월 1일부터 자회사 GA 영업을 개시한다. 이들 보험사가 GA 시장 개척에 나선 이유는 ‘성장 가능성’에 있다.

GA는 타 보험사 상품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가입과 판매 모두 선택의 폭이 넓다. 즉, 보험사가 GA를 자회사로 설립하면 타 보험사 상품까지 판매가 가능해서 계약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설계사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 판매율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보험 판매 주도권을 보험사가 갖게 된다. 수수료를 낮춰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외부 GA의 경우 보험사의 매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만큼 영향력이 막대하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사 상품을 더 팔아달라며 전문 GA 업체와 설계사에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GA를 자회사로 운영하면 굳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GA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로 계약규모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설계사 입장에서 봤을 때 그동안 생명보험 상품만 팔 수 있었는데 자회사 GA가 금융서비스 회사이기 때문에 손해보험 상품까지 판매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설계사는 자신이 보유한 고객에게 지금보다 다양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며 "생명보험사는 설계사 소득이 오르면 자연스레 회사 소득도 올라 흡족한 분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갑자기 자회사로 이직을 요구받은 직원들의 반발이다. 소속이 바뀔 경우 이전에 받던 대우가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또 이들은 자회사 GA가 되면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판매전문회사 출범을 앞두고 전속 영업조직과 마찰을 빚고 있다.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22일 한화생명 본사에서 집회를 갖고 "사측이 강제로 GA 이동 통보를 했다"며 "한화생명 일원으로 일해온 설계사들에게는 큰 정신적 충격인 만큼 위로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정규직 노조와는 협상을 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한 반면 설계사와는 대화없이 일방적인 이직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설계사 인센티브 수당과 영업규정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자회사 GA 설립을 두고 노사간 갈등을 빚다가 최근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회사는 노사 문제 해결 실마리가 풀리면서 사내 게시판에 자회사로 입사할 지원자에게 파격 지원금을 약속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달 28일까지 만 30~45세 본사 직원중 지원자에게 새출발지원금 명목으로 3년치 연봉에 더해 1000만원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