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이 왜 거기서 나와?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아이템베이’ 배후로 주목
내심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우려 있으리라는 분석 나와

게임법 개정안 관련 논쟁이 연일 뜨겁다. 정치권과 게임 업계간 구도에서 이제는 각종 협회와 학회에서 참여해 찬반논쟁을 벌이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과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둘러싼 ‘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아이템베이 로고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아이템베이 로고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게임법 개정안, 반대"

24일 이상헌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23일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는 게임법 개정안 내용 중 과도하게 광고·선전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로 인해 광고 수익 매출 비중이 큰 온라인쇼핑 업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게임법 개정안의 광고 규제로 인해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나오자 업계는 눈살을 찌푸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상헌 의원실은 협회 주장이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협회가 우려하는 조항은 게임사업자, 환전상, 불법 사설서버, 핵 등 적용 대상이 전부 명확하게 지정돼 있어 쇼핑 업계가 입을 피해는 없다는 것이다.

이상헌 의원실 한 관계자는 "건전한 비판이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게임법 개정안은 온라인 쇼핑과 아무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또 "협회가 모르고 의견서를 냈다면 역량 부족 문제를 드러낸 것이지만, 알고도 딴지를 걸었다면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의견서 제출은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아이템베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템베이베이는 협회 임원사다. 아이템베이가 협회에 의견서 제출을 종용했고 의견서 역시 아이템베이가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원실 측은 아이템베이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협회 보도자료에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던 온라인 쇼핑업계까지 반대를 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되어있는데, 아이템베이가 의견서 작성을 주도했으면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아이템베이가 협회를 앞세운 이유를 확률형 아이템 규제 때문이라고 본다.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재화나 계정 거래가 주 수입모델인 아이템베이가 확률형 아이템 제재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쇼핑 협회는 의견서에서 ‘광고’ 부분에만 우려를 제기했다. 직접 확률형 아이템 관련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속셈을 숨긴 채 문제제기하는 것이 악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업계는 최근 최대한 조심하는데, 갑자기 쇼핑협회가 나서 괜히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며 "아이템베이가 의견서 작성을 주도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문제가 커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아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게임학회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리

다양한 단체와 전문가들도 게임법 개정안에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게임학회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컴플리트 가챠 형태를 취한 게임 아이템인 ‘리니지2M 신화무기’의 예. 콤프가챠는 뽑기로 우선 재료를 획득하고, 재료를 전부 모으면 완성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컴플리트 가챠 형태를 취한 게임 아이템인 ‘리니지2M 신화무기’의 예. 콤프가챠는 뽑기로 우선 재료를 획득하고, 재료를 전부 모으면 완성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업계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안 내용 중 특히 한국 게임 업계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이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 업계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 때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확률을 투명하게 밝히는 계기로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컴플리트 가챠(컴프가챠, 이중 뽑기 구조)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은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 탓에 그렇게 초조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번 논의가 확률을 더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확실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과거 바다이야기 하나가 아케이드게임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런 사례는 더는 없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겠지만, 업계는 이번 개정안을 규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 숙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며 "특히 일본에서도 금지한 컴플리트 가챠같은 비합리적 시스템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