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손짓에 셈법 복잡한 韓 배터리·반도체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3.01 06: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소재·부품의 공급망 재편에 나선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바이든 미국의 과감한 움직임에 한국을 대표하는 배터리·반도체 기업의 셈법도 복잡하다. 미 행정부가 100일간 검토 후 어떤 조치를 내리냐에 따라 수출과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도체 칩,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제너럴모터스(GM)·포드자동차를 포함한 미국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2021년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 기업들은 반도체를 소수의 외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위탁생산 해왔는데,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높은 해외 의존도에 따른 취약성이 드러났다.

전기차 배터리도 미국이 약한 분야다. 미국은 테슬라, GM 등 전기차 완성차 기술에서는 앞서 있지만,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해외 기업에 의존한다. 이 배터리는 한국·중국·일본 기업이 대부분 생산을 지한다.

배터리 업계는 미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을 확정할 경우 한국 기업에도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ASEC의 라인이 전부다.

미국이 중국 배터리 수입을 제한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미국 진출은 사실상 원천봉쇄될 전망이다.

K배터리 3사의 반사 이익과 함께 미 행정부가 현지 투자와 증설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1년 9월 미시간주 올랜드에 전기차배터리 1공장을 준공했다. 2020년부터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전기차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3조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1·2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은 2022년 1분기, 2공장은 2023년 1분기부터 각각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반도체는 미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대만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과 연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의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은 12.5%에 불과하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검토를 지시한 이유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미국은 반도체 부문에서 이미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미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대만과의 관계강화가 대표적인 예다. 대만 TSMC는 지난해 이같은 기조에 맞춰 120억달러(13조 3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 공정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에서 대만에 이어 한국과 동맹을 더욱 강화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다. 미국이 강점을 가진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의 위탁생산(파운드리)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희토류 등 원자재 수입을 막거나 다른 중국 기업에 추가로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각각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따라 2020년 9월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 중인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양대시장을 놓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미국의 중국 견제가 커질수록 한국기업의 반사이익도 있겠지만 기존 중국에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에는 바람직한 신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