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페이 논란을 빚었던 제로페이가 다시 정부의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제로페이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법정단체화하는 법안이 국회 심사를 앞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관치페이 전철을 다시 밟을 것을 우려하는 한편 관에서 민간으로 다시 관으로 편입하려는 의도에 의구심을 표한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운영사 법정단체화로 정부 힘 받는 제로페이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법안은 제로페이 운영사 한결원을 법정단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결원은 법정단체가 되며 중기부 장관이 운영법인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앞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후 두 차례 소위 심사를 통해 여러 지적 사항이 수정, 반영됐다.

법정단체화가 이뤄진 후 한결원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공공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제로페이 가맹점에 대한 결제인프라 보급 등 공공 목적 위탁 사업에 드는 비용을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출연하거나 보조 받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제로페이 가맹점과 사용자가 늘자 민간법인인 한결원을 해산하고 이를 승계하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려는 취지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이 제로페이로도 지급되자 결재액은 지난해 11월 전년도 대비 20배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과거 제로페이는 관치페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이를 이유로 제로페이는 과거 관에서 민간으로 이관되면서 한결원이 탄생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제로페이의 과거

제로페이는 중기부와 서울시가 결제 수수료를 대폭 낮춰 서비스하기 시작한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2018년 12월 소상공인 비용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제로페이는 도입 초기부터 정부 개입으로 기존 민간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민간 카드사나 은행사가 모두 잘 하고 있던 분야인 결제 영역에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가 들어오면서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시 후 1년간 제로페이 사용 건수는 186만여건, 사용 금액은 384억여원이었다. 신용카드 대비 사용건수로 따져봤을 때 0.018%, 이용 금액은 0.007%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실적 저조로 연일 ‘세금 먹는 하마’, ‘관치페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2019년 제로페이 사업을 이어갈 목적으로 민간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출범 1년 후 한결원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 이용자와 가맹점이 대폭 늘어났다. 당시 기준 66만개로 1년 전 30만개였던 것과 비교해 약 2배 늘었다. 결제액은 9400억원으로 1년 전 470억원 대비 20배 증가했다.

경쟁력 없는 제로페이, 또 관치페이 논란

이에 업계에서는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한결원을 법정단체화 하는 작업이 ‘관치페이’ 비판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간편결제가 실패한 시장도 아닌데 정부가 들어와 기업을 오히려 찍어누르는 쪽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로페이는 실질적으로 시장에 효과가 없는 관치페이다"고 지적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적어 들여오기 껄끄럽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결제 시간이 긴 탓에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경쟁력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쓰도록 하거나, 재난지원금으로 제로페이가 지급되면서 실적이 늘어난게 아닌가 싶다"며 "코로나19 이후 일반 카드사나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경쟁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대답했다.

반론도 나온다. 제로페이가 과거보다 많이 성장한 만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다시 관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정단체화를 꼭 관으로 돌아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한결원이 법정단체가 되면 아무래도 정부가 제로페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