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시대 온다] ⑤韓서 합법이지만 사규상 금지행위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3.02 06:00
부업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온도차는 큰 편이다. 일본정부는 법을 고쳐서까지 부업을 추천하지만 한국은 법적으로 이렇다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부업은 헌법에 따라 합법이지만, 각 기업의 사규는 부업에 대해 차갑기만 하다.

일본에서는 부업이 사회 현상화 되는 추세다. 노동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업률 증가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직장인의 부업·겸업을 추천한다.

한국의 부업인구도 증가세를 보이기는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월평균 부업자 수는 2019년 기준 47만3067명이다. 한국은 배달·배송 플랫폼을 통해 부업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배달 라이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 상승한 37만1000명이며, 자신의 차량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 부업자수는 하루 1만명 규모다.

. / 야후재팬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부업에 대한 정부 정책에서 온도차를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8년 1월 부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기존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자가 근무시간 외 다른 회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부가 나서서 부업을 장려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정부는 부업으로 인한 ‘과로사' 등의 문제를 막기위해 노동시간을 월평균 8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개정된 일본 노동법 38조1항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자의 본업과 부업을 포함해 노동시간 상한선을 지켜야 하며, 1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본업·부업 근무처 중 한 곳이 잔업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부업으로 인한 과로사도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규를 개정했다.

정부가 법을 고쳐서까지 부업을 장려하고 부업으로 인한 문제를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까지 정비하는 등 부업에 대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직장인의 부업·겸업·겸직에 대한 시선이 아직은 차가운 편이다. 각 회사들이 ‘겸업·겸직 금지' 등의 조항을 통해 직장인의 부업을 사규위반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부업은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헌법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부업은 개인 능력에 따른 사생활의 영역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부업에 대해 "근로자의 겸직은 사생활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기업 노무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해석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다만 부업이 본업에 지장을 주거나 경쟁회사 취업은 징계해고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직원이 부업으로 인해 본업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회사는 ‘민법 750조'에 의거해 해당 직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다만 손해에 대해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몰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법원은 2017년 4월 구상권 판결을 통해 손해배상은 가능하지만 인과관계와 손해액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고 결론냈다. 즉, 모든 손해를 직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며, 신의성실원칙에 입각해 구체적으로 손해가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이 회사 징계를 피해 합법적으로 부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본업과 부업을 철저히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본업 근무시간에 부업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기업이 위반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위반 행위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시대에서 본업과 부업시간을 분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쇼핑몰 운영, 투자, 유튜버 등 근무시간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업이 일반화 되가는 사회에서는 결국 회사와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이 부업을 통해 활력을 얻고, 이로인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부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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