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형평성 논란 부추긴 '더현대 서울'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3.04 06:00
2월 26일 개점한 ‘더현대 서울' 백화점을 두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백화점에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자, 정부의 거리두기 관련 형평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더현대 서울의 첫 주말 매출은 370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덕이다. 더 현대 서울 5층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에는 커피 구매 행렬이 100미터쯤 이어지는 등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2015년 현대 판교점 첫 주말 매출인 181억원과 비교해 2배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정책 상황을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정부 방역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백화점은 출입문서 방문객 체온을 측정해 증상 의심자만 가려내면 된다. 별도의 입장객 수 제한은 없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방문 사실을 알리는 QR코드 체크도 면제됐다. QR코드 체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백화점에서 감염 클러스터가 발생해도 의심 증상자 추적이 어렵다. 누가 언제 백화점과 마트에 왔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고난은 계속 이어진다. 결혼식장은 2단계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입장객 수가 50명으로 제한된다. 영화관 역시 좌석을 한칸씩 비우는 등 입장객 수 제한을 받는다. QR코드를 이용해 방역당국에 방문사실도 알려야 한다. 카페나 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 역시 같은 조치를 받는다.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5명이 넘으면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더현대 서울 전경 / IT조선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더현대 서울에 몰려든 인파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댓글에는 ‘이렇게 거리두기가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으니 누가 지키나요’, ‘거리두기 저리 안하면서 자영업자 규제는 왜하는건가’ 등 글이 올라왔다. 백화점은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데 정부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만 거리두기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핵심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무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스크를 썼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등 백화점 인파에 대한 감염우려 의견은 SNS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백화점과 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인원 제한 조치가 없는 것은 코로나 감염증 확산의 단초를 만들 우려가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완벽하게 감염을 막으려면 매장 셧다운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백화점이나 마트 등을 풀어주는 것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마트 관계자들은 정부 방역 당국 지침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방역에 임한다고 항변한다. 더현대 서울 관계자는 "모든 출입구에 공항 등에서 사용하는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다중 인식 발열 체크 카메라를 설치했고, 국내 최고 수준의 공조시스템으로 10분 단위로 전체 층의 환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개편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검토를 거친 뒤 방역지침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방역 지침 시행과 관련한 형평성이 흔들린다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인 소상공인의 불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발빠른 방역지침 개편이 필요하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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