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民은 뛰고 官은 뒷걸음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3.04 06:00
전기차 충전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등 민간 투자가 늘어나지만 정부 지원은 뒷걸음질 중이다. 정부는 충전기 보급 자체는 계속해서 늘려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늘어난 전기차 수요에 따라가기에 힘이 부친다. 성급히 충전기 보조금 지원 규모를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구비한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전경 / 현대자동차
현대차, 카카오 모빌리티 등 국내 대기업은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기차 충전사업 투자에 속도를 낸다. 전기차 공급량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중견·중소 사업자 위주로 형성됐던 전기차 충전시장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현대자동차는 SK네트웍스와 함께 1월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개관해 고속 전기차 충전소 설립에 팔을 걷어붙였다. 2021년 안으로 전국 주요 도심 8곳과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고속 전기차 충전기 120개쯤을 설치한다. 플

랫폼 대기업인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나선다. 기존 사업자를 대상 위치기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으로 사업에 시동을 건다.

민간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관련된 정부지원은 오히려 축소됐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지급하던 설치보조금은 2020년 기준 최대 350만원에서 2021년 250만원으로 개당 100만원씩 축소됐다.

당장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숫자를 확대해야 하지만, 정부는 주차장 당 의무설치 비율에 집중하고 설치 지원금 규모를 줄였다. 업계와 이용자 전반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완·저속 충전기 대비 급속 충전기 비율과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급속충전기 보급량은 2020년 말 기준 9800대로 5만대 쯤으로 추산되는 완·저속 충전기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30분 내외면 완충이 가능한 급속충전기와 달리 완속충전기는 전기차 1대를 완충할 때 평균 4~5시간이 걸린다. 주유소 대비 회전율이 낮아 이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

한 전기차 사용자는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할 때마다 불안한 것이 사실이며, 급속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교외 운전을 할 때는 충전기 하나에 전기차 몇대씩이 몰려 있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며 "완속보다 급속 충전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데 코로나 종식 이후 설날이나 추석 같은 대이동에서 지금 같은 상황이면 전기차 이용시 꽤 큰 불편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 일일 평균 전기차 급속·완속 충전기 전력 부하량 한국전력공사·IT조선
정부는 올해 3000개의 급속충전기 설치가 목표라고 발표했지만, 전기차 보급량에 맞추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현황보고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국내 전기차는 13만5000대다. 올해안에 목표한 3000대를 모두 설치해도 차량당 급속충전기는 0.1대 정도에 불과하다. 수도권 대비 충전기 보급 현황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전기차 충전 불편이 더 심화될 수 있다.

2021년 하반기 부터는 충전기 이용료 부담도 커진다. 한국전력에서 2020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 제도를 축소 중이며, 7월부터는 2단계에 접어든다. 기본 충전요금 할인율은 종전 50%에서 25%까지 낮아지고, 전력량당 요금 할인율은 30%에서 10%로 축소된다. 2022년 7월 이후에는 할인율 제도 자체가 폐지된다.

정부는 효율적 운영과 설치를 위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충전기 가격은 기술발전으로 계속 인하 추세다"며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준으로 보조금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충전기 보급 자체는 계속 늘려갈 생각이며, 국내에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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