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3000여명이 모이는 글로벌회사의 세일즈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 그랜드 볼륨에서 개최되었다. 혁신(innovation)을 대주제로 준비된 행사였다. 50년 전 세계 최초로 달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무대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우주선에서 바라 본 달의 모습과 착륙 순간의 감동을 들려 주었다.(그는 3년 후 고인이 되었다) 이어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가 소개 되었다. 글로벌 IT 회사로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혁신해야 함을 충격적으로 강조한 현장이었다.
민간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우주 여행의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당시는 이 계획이 황당하게 들리기도 하고 일론 머스크가 여러 어려움을 겪던 시기이어서 믿음이 별로 가지 않았었다. 지금 되돌아 보면 나는 혁신가의 꿈과 상상을 믿지도 못 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주가 변동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머스크는 10여년 만에 세계 최고 부자의 대열에 올랐다. 그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이해하고 또 그런 혁신이 던져주는 시사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머스크는 가족으로부터 혁신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의 외할아버지는 그 시대에 고고학자로서 캐나다에서 아프리카로 이주하였다. 엄마 메이 머스크는 부친을 따라 아프리카로 이주해 결혼 후에 삼남매를 낳았다. 결혼 생활 10여년 만에 이혼하고 캐나다로 돌아가 모델로서 70을 넘긴 나이에도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 에롤 머스크는 막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연소 기술사로 뛰어난 엔지니어였다고 한다. 동생 킴벌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 유기농 외식체인, 농업 교육사업, 농업 벤처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막내 토스카는 영화감독, 프로듀서로서 패션넷플릭스 창업을 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의 DNA를 모으면 일론 머스크가 어떻게 혁신가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무한한 상상으로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며, 엔지니어의 피를 받아 디테일을 챙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이런 인재를 키워야 미래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전용 전기자동차를 발표했다. 1회 충전으로 420km를 달린다고 한다. 모델에 따라 테슬라보다 80km 정도 ‘더’ 또는 ‘덜’ 간다는 것이다. 상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언론에는 실내 공간, 주행거리, 배터리를 포함한 구조에 대한 설명이 전부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의 데자뷰를 보는 듯 하다. 아이폰이나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존의 생태계와 다른 새로운 전략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하드웨어 그것도 외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테슬라를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아이폰이 그랬듯이 자동차임과 동시에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전면의 패드로 UX(user experience)가 이루어지며 SIM 카드가 내장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이다. 데이타를 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해 자율자동차 시대를 여는데에도 앞서갈 것으로 보인다.
또 중요한 특징은 수직 계열화이다. 운영체계, 클라우드센터, OTA(over the air) , 중앙제어장치(ECU), AI반도체, 전기차 , 충전소, 통신 등 필요한 모든 역량을 스스로 갖추고 있다. 이는 아마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기업환경에서는 공정거래 이슈로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동차들이 수십개의 콘트롤 유니트를 갖고 있는데 비해 테슬라는 3개의 전자제어장치(ECU)로 모든 조작이 이루어지며, 통신과 OTA 기능을 갖추고 있어 수시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이 아니라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wnership)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테슬러는 생산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존 자동차 산업이 100년 이상 발전해 온 과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 배터리도 직접설계 하며 조만간 60% 가깝게 가격을 낮춰 $25,000 짜리 전기차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작년 37만대 판매한 회사가 2030년에는 2000만대를 생산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 자동차 회사의 최대 생산량이 1000만대 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목표인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확장하는데 비해 생산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장 분야까지 완전 로봇화를 추진하면서 기계를 만드는 기계까지 꿈꾸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비저너리 CEO(visionary ceo)로 꼽히고 있다. 전기자동차 뿐 아니라 스페이스엑스, 에너지기업 솔라시티, 초고속 교통수단 하이퍼루프 등 모든 기업들은 "지구를 멸망에서 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역시 엄청나게 큰 꿈과 상상을 디테일 한 능력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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