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거창한 리디, 신사업 성과는 '지지부진'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3.08 06:00
웹툰·웹소설을 강화, ‘커넥티드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리디의 앞길에 먹구름이 끼었다. 전자책 기업의 약점, 낮은 성장성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투자한 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주요 웹 콘텐츠 플랫폼과 겨룰 경쟁력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디북스 메인 화면 / 리디북스 화면 갈무리
리디 "웹툰·웹소설 강화해 커넥티드 콘텐츠 기업으로"

리디는 ‘커넥티드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한다. 전자책 서점으로 출발했는데, 이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낮아 성장성을 얻기 어렵다. 2019년 리디의 매출은 1151억원쯤이다. 이 가운데 영업손실액은 59억원, 당기순손실은 467억원이다. 950억원, 거의 모든 매출을 도서 출판사와 CP(콘텐츠 공급사) 등에 지급하는 지급수수료로 지출했다.

리디는 활로 중 하나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낙점했다. 콘텐츠 제작사와 유통사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분배한다. 이 때 일반 도서보다 웹툰·웹소설의 수수료가 낮다.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작가, 출판사에 따라 다르지만, 전자책 도서를 1만원어치 팔면 출판사에게 8000원, 80%쯤이 간다. 반면, 웹툰·웹소설은 콘텐츠를 1만원어치 팔면 제작자에게 7000원쯤이 간다"고 밝혔다.

성장성도 전자책보다 웹툰·웹소설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책의 소비자는 대부분 기존 독서 인구다.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반면, 웹툰·웹소설은 세계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 받는다. 한국 웹툰 시장 규모는 2013년 1500억원에서 2020년 1조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기업은 웹툰 기반 콘텐츠에 눈독을 들인다.

리디앱에 접속하면 기본 세팅된 중앙 메뉴에서 웹툰/웹소설 탭을 확인할 수 있다 / 리디북스 앱 화면 갈무리
리디는 북스 앱 첫 화면에 웹툰·웹소설을 배치했다. 육성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리디 관계자는 "앱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가운데 메뉴’에 웹툰·웹소설 탭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자회사 오렌지디를 설립, 웹툰 작가 공모전을 여는 등 사업도 활발히 펼친다. 2020년에는 북미 시장에 월 정액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를 출시하기도 했다.

리디 관계자는 "해외 웹툰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블루오션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OTT플랫폼에서 제작되고, 흥행하면 사람들은 다시 웹툰 원저작을 찾아본다. 해당 웹툰 플랫폼의 위상과 경쟁력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리디가 넘어야 할 높고 험준한 산, 수익성과 차별화

커넥티드 콘텐츠 기업이 되려 웹툰·웹소설에 주력하는 리디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하다. 먼저 수익성을 입증하는데 애를 먹는다. 리디는 2009년 창립 후 10년이 지난 2020년 상반기에야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투자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 2020년 리디는 인수 후 적자가 이어지거나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 두곳을 정리했다. 웹소설 기업 스튜디오컴퍼니, 여성향 웹툰이 주력인 만두엔터테인먼트다. 뉴스 전문 기업 아웃스탠딩을 인수했지만, 이 곳도 2019년 3억3895만원 당기순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리디측은 위 기업들이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다며,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며 정리 사유도 아니라고 밝혔다.

커넥티드 콘텐츠, 특히 웹툰 부문 양대 공룡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에 맞설 ‘리디만의 경쟁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려 파트너십 확대, 기업 인수합병 등 공세를 펼친다. 카카오페이지는 2020년 하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을 웹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투자 및 기업 인수에 썼다. 네이버웹툰은 오래 전부터 웹툰 작가 관리 및 수익 공유 시스템을 구성, 콘텐츠 경쟁력을 쌓고 있다.

반면 리디는 신인 웹툰 작가 공모전 외에는 이렇다 할 콘텐츠 경쟁력 확보안을 내놓지 못했다. 웹툰 작가를 발굴, 육성하기보다는 콘텐츠 공급사에 수수료를 내고 웹툰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디는 자체 육성한 콘텐츠와 공급받은 콘텐츠의 비율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활로로 꼽히던 IPO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리디는 "현재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으며, IPO 절차는 밟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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