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품귀 여파에 中 제재 장벽 균열 조짐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3.06 06:00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기사회생 분위기다. 미국 정부가 최근 자국 반도체 설비·재료 업체들이 SMIC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수출 승인을 내준데 이어 네덜란드 업체와도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구매 계약을 연장하는 데 성공해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SMIC를 대상으로 한 제재가 일부 약화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 장벽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조짐이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GM, 포드, 테슬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이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SMIC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 소재 SMIC 회사 전경 / SMIC 홈페이지
공급량이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용과 달리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SMIC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각) 미 CNBC는 "미 제재로 어려움을 겪던 SMIC가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계기로 되살아나고 있다"며 "반도체 품귀 사태의 최대 수혜 기업은 삼성전자나 대만 TSMC가 아니라 SMIC"라고 보도했다.

앞서 SMIC는 2020년 11월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수입할 수 없게 된 바 있다.

이같은 제재 속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과 공급 계약을 연장한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MIC는 2020년 말 종료 예정이던 ASML과 장비 공급 계약을 2021년 말까지로 1년 연장했다. 계약 규모는 12억달러(1조3500억원)에 달한다.

ASML은 전 세계에서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이번 계약으로 공급하는 것은 EUV 노광장비가 아닌 구형인 심자외선(DUV) 공정 장비로 알려졌다. ASML도 설명 자료를 통해 SMIC와 계약에서 미국 제재에 반하는 추가 납품 건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SML 측이 SMIC에 신형 장비가 아닌 구형 장비를 판매했다고 해명했지만, 대중 무역제재 동맹이 유럽을 중심으로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로 보인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제재 의지는 약해지지 않았지만, 반도체 품귀와 더불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가 미 의회에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 손잡고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공급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한 점은 SMIC에 악재다. 미 의회가 이를 반영해 입법에 나설 경우 SMIC의 반도체 장비 수입길은 사실상 완전히 막히게 된다.

하지만 최근 미 정부로부터 선진 미세 공정의 문턱으로 여겨지는 14나노(㎚) 공정에 필요한 장비 수입 허가증을 받은 점은 SMIC에 긍정적 신호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첨단 미세 공정을 제외한 일반 성숙 공정 분야와 관련해서는 미국 설비 공급업체들이 최근 SMIC 대상 제품 공급과 현장 지원 서비스를 이미 재개했다면서 SMIC의 경영 전망이 밝아졌다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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