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칼럼] 배터리 분쟁 타결…최태원을 주목한다

김준배 기자
입력 2021.03.08 06:00
‘이렇게 빨리?’
지난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코나 리콜비용 합의소식을 듣고 떠올랐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리콜 결정을 내린지 고작 1주일만이다. ‘전격적'이란 단어가 딱 어울린다. 비용만 1조원이다. 그걸 1주일만에 합의했다. 요즘말로 ‘쿨’한 결정이다.

현대차와 LG는 굴지의 그룹이다. 결단 과정이 복잡하다. 비교하고, 검토하고, 다시 확인해서 나오는 게 대기업의 결정 문법이다. 책임도 확실히 물어 오판시 누군가는 옷을 벗는다. 수도 없이 그래왔고 그래서 이번에도 질질 시간을 끌 줄 알았다. 하지만 달랐다. 자연히 두 그룹 회장에 시선이 간다.

빠른 결단 배경은 무엇일까. 이미지 관리다. 기업만이 아니다. 양사 주력 제품이다. 사태가 길어지면 모두에게 마이너스다. 빠른 결정 효과는 상당하다. 신뢰확보다. 시장 초기여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전기차(현대차)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LG) 이미지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 두 회사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메시지다. 시장, 소비자는 안도를 한다.

관심은 SK다. LG와의 배터리 분쟁 건이다. 너무나 끌었다. 이 사업 주체인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두 회사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확실한 먹거리다. 놓쳐서는 안된다. 크게 보면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와 함께 배터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지금 주도권을 우리는 중국·일본과 다툰다.

양사 분쟁을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하다. 지금 세계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화재 위험성도 낮아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아직 상용단계는 아니라지만 어느 곳이 치고 나올지 모른다. 돌려말하면 지금이 ‘개발 골든타임’이다. 손잡고 개발해도 쉽지 않은데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발 떨어져 보면, 확실히 LG가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돌아보면 2년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에게 들었던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 이달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의견서는 이를 확인해줬다. 심지어 SK 배터리를 사용하는 미국 포드조차 SK 부당행위와 관련 거리를 두는 보도가 나온다.

두 가지 이유에서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나는 한국 배터리 경쟁력이다. 더 이상의 잡음을 막고,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중국 CATL은 만만치 않은 기업이다.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우수한 기술력으로 현대차도 채택한다. 또 하나는 국가 경제다. 과거 ‘반·디(반도체·디스플레이)’ 신화를 이뤘듯이 ‘전기차 배터리’를 국가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양사가 ‘이미 요단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그만큼 앙금이 깊다. 하지만 현대차와 LG의 전격적인 리콜 합의를 보면, 기업 의사결정이라는 게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시장에선 현대차와 LG의 합의를 정의선·구광모 두 회장의 결단으로 표현한다. 회장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같은 신속한 결정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시선은 SK 최태원 회장에게 쏠린다. 이번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업계 목소리를 수렴해 전하는 자리다. 게다가 최 회장은 재계 맏형으로도 불린다.

최 회장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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