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동산정책을 놓고 토론 방송이 있었다. 부동산 전문가와 여야 국회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여당 쪽 주장의 핵심은 개발 속도를 높이고 개발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기 위해 공공 주도의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 쪽에서는 우선 정부가 민간을 믿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에서 제시된 특혜적인 조치들을 민간에도 똑같이 부여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방식은 민간 건설사들이 개발 이익을 너무 많이 챙겨 주택 가격을 높이며, 재개발에 따른 갈등 조정도 제때에 못 한다고 한다. 개발 주체인 조합이 민간업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2/3 만 주민동의를 받으면 현금 보상한 후 수용할 수 있는 법도 만들었다.
LH사태를 차치하더라도 공공이 민간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과거 주공아파트와 민영아파트의 차이에서 보듯 가격은 좀 낮출 수 있을지 모르나 부실까지는 아니어도 질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공공이 주도해도 공사는 민간이 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 반론한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간 시공업체의 브랜드를 아파트명으로 사용케 한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현실과 현장도 더 파악해야 한다. 핑크빛으로 포장된 쪽방촌 공공개발이 ‘결사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쪽방촌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건 개발자나 정책당국의 시각이지 내부인의 처지와는 동 떨어져 있다. 쪽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기초생활 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더 나은 임대주택을 만들어줘도 감당이 안 될 처지인 것이다. 주거만이 문제가 아니라 삶이 영위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 지역에 쪽방이 있어 모인 것이지 굳이 그 장소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다른 장기 주거지역의 재개발과는 원주민의 개념이 다른 것이다.
한편 쪽방을 임대하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현재의 쪽방이 최고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처이다. 제곱미터당 6만원의 임대료는 최고급 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으로 공공개발을 통해 현금으로 보상 받는다 해도 수익원을 빼앗기는 꼴이니 결사 반대하는 것이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역사적으로 주요 철도역 인근에 형성되었던 쪽방촌을 초소형 임대아파트단지로 바꿔 또 다시 준슬럼지역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최고의 지역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그 개발 이익으로 소유주도 만족시키고 쪽방 주민들을 종합 지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재개발을 통해 동경의 롯폰기 힐즈, 뉴욕의 허드슨 야드, 싱가폴의 마리나베이 같은 도시의 명품지역으로 재탄생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에 맡겨 둘 수 없어 공공이 나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공공이 민간보다 더 효율적이거나 창의적일 수 없다. 공공이 지닌 수단은 강제력 동원이다. 강제력 행사에 따른 갈등만 커지고 오히려 개발이 늦어질 우려도 있다.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면서 재개발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졸속으로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재개발 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키우지 않고 공공이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정책적 기조를 바꿔야 한다. 주택, 일자리, 의료, 심지어 xx페이, 음식배달까지 공공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공공을 계속 확대시키는 것은 국가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미래의 부담으로 돌아 올 것이다. 민간의 역량이 부족하던 60~70년대에는 국가 주도로 설계하고 건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민간부분의 인재, 자본, 기술 등의 역량은 공공을 압도하고 있다. 공공은 어디까지나 민간이 할 수 없거나 민간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보완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간을 불신하고 교화나 징벌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처벌 만능주의 기조에서는 민간의 창의가 발현할 수 없다. 국가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사회주의적 발상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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