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시대 온다] ⑥얼음판 부업 고용환경, 정부차원 개선책 시급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3.09 06:00
불경기와 고용환경 불안이 부업인구 증가를 부르고 있다. 직장인 10명중 8명은 부업 의향을 나타냈고, 추가 취업 수요자 수는 1월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업인구 증가에 따른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각 기업 사규도 부업에 대해 차가운 편이다. 일본이 법까지 바꿔가며 부업을 추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642명을 대상으로 부업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중 84.1%가 부업을 할 계획이 있고, 부업으로 기대하는 평균 수익은 61만원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15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직장인 22.1%가 ‘이미 부업 중’이며, ‘부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44.7%였다.

배민 커넥트. / 우아한형제들
부업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45.1%로 가장 많았다. 부가 수익이 필요하다고 밝인 사람도 35.4%였다. 신한은행 조사에서도 부업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생계형(65.7%)로 나타났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은 1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 결과를 통해 부업을 원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수가 전년 대비 65.8% 증가한 1월 기준 107만8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노동시간을 줄인 것이 배달 등 플랫폼 시장의 노동자 흡수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배달·배송 플랫폼의 부업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배달 라이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 상승한 37만1000명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 커넥트에 등록된 라이더는 2019년 12월 기준 1만명에서 2020년 12월 5만명을 넘어섰다. 자신의 차량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 부업자수도 하루 1만명 규모에 달한다.

국세청의 ‘2019년 귀속사업소득지급명세서 제출 현황’를 보면, 2019년 비임금 노동자 수는 668만8443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400만명에서 5년만에 270만명 더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부업에 뛰어들지만, 부업 노동자의 건강이나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시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일본 정부는 정부가 법까지 고쳐가며 직장인의 부업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8년 1월 부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기존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자가 근무시간 외 다른 회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본정부는 부업으로 인한 ‘과로사' 등의 문제를 막기위해 노동시간을 월평균 8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한 바 있다.

개정된 일본 노동법 38조1항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자의 본업과 부업을 포함해 노동시간 상한선을 지켜야 하며, 1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본업·부업 근무처 중 한 곳이 잔업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또, 부업으로 인한 과로사도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규를 개정했다.

반면, 한국정부는 부업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았다.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배달 라이더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으며, 산재·고용보험 등 안전장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정부가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특고지침)’ 개정을 통해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거나 계약 외 업무를 강요하는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내 기업들의 부업에 대한 시각도 차갑다. 각 회사들이 ‘겸업·겸직 금지' 등의 조항을 통해 직장인의 부업을 사규위반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업에 국내 정부 행동과 기업의 시선은 차갑지만 부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한국 헌법은 부업을 합법이라 본다. 헌법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부업은 개인 능력에 따른 사생활의 영역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근로자의 겸직은 사생활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했다.

다만, 늘어나는 부업인구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부족하다. 시대 변화에 따른 투잡족·N잡러 증가에 맞춰 관련 법 개정 등 정부 차원의 개선책이 시급하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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