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일론머스크 테슬라 창업주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을 이어 지구외 진출을 위한 새로운 꿈 개화에 나선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한화, 테슬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한화, 테슬라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우주 산업을 주목한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 사업을 한데 모은 ‘스페이스 허브’의 출범을 알리며, 김동관 사장이 팀장을 맡아 스페이스 허브를 지휘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 허브에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자들이 참여한다. 방산·IT 기업인 한화시스템의 통신·영상 장비 전문 인력과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30%를 인수한 국내 최초 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의 연구진도 참여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 우주 산업"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개발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민간 우주개발은 세계적 추세다. 해외에서는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 주도하에 우주개발 사업이 성장 중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1000억달러(1200조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태양광·수소전기트럭에 이어 우주…일론 머스크가 보인다

유력한 한화그룹 후계자인 김동관 사장이 태양광과 석유화학을 넘어선 미래먹거리로 ‘우주'를 점찍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사장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그룹에서 주력해왔던 핵심 사업들을 한 곳에 뭉친 한화솔루션의 수장이다. 202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동관 사장은 이제 화학·에너지에 이어 우주항공·방산 분야와 우주위성 개발(쎄트렉아이)까지 그룹의 주요 사업을 도맡게 됐다.

김 사장은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됐으며,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이사회 합류에 이어 신규 조직의 선봉장에 서며 한화그룹의 우주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최근 김승연 회장이 경영 복귀를 알렸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으로는 복귀하지 않아 김 사장에게 우주·방산 사업을 위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페이스 허브 이미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 허브 이미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기술과 한화솔루션이 인수한 미국의 수소·우주용 탱크 전문 기업 시마론의 기술 등을 우주 사업과 연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페이스X나 아마존이 경쟁하고 있는 위성 통신 분야 진출도 가능하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시스템의 영상 탑재체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지구관측위성 기술을 융합한 서비스 개발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이스 허브' 출범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스페이스 X’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나 아마존이 경쟁하고 있는 위성 통신 분야로 진출하는 것 역시 검토 대상이다.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탐사 기업이다. 일론머스크는 2023년까지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스타십으로 운송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 사장과 일론 머스크는 ‘태양광'과 ‘전기수소차' 사업에서도 연결고리가 있다. 김 사장은 일찍이 태양광 사업을 그룹 핵심사업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론 머스크는 사촌과 함께 2006년 태양에너지 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2016년 솔라시티를 테슬라와 합병한 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자동차 제조 사업은 하지 않지만, 태양광 에너지 사업의 연결 선상으로 수소차 전기트럭에 관심을 보였다. 김 사장은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의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는 니콜라의 수소전기차 트럭에 1억달러(1200억원)를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를 통해 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2021년 상반기 중 사이버트럭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태양광, 수소전기차에 이어 우주사업까지 일론 머스크가 주력하는 사업 분야와 김 사장이 주력하는 미래먹거리가 겹치는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모아 기존에 하던 항공 사업을 레벨업해서 우주사업도 할 수 있도록 스페이스 허브란 TF를 만든 것이다"며 "쎄트렉아이 지분 인수에 이어 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이사로 김 사장이 선임됨에 따라 우주사업도 새롭게 관여하는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니콜라 투자는 한화종합화학과의 미래비전과 맞아떨어져 진행한 것이다"며 "스페이스 허브 출범 역시 일론 머스크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