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소차 충전소 확대 사업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다. 일반 가솔린 주유소와 달리 안전하지 않다는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연내 180개소의 수소차 충전소 설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이른바 님비 현상으로 수소차 충전소 위치가 도시 외각으로 내몰린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설치 예정인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부지로 향하는 길목에 걸린 반대 현수막 모습 / 이민우 기자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설치 예정인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부지로 향하는 길목에 걸린 반대 현수막 모습 / 이민우 기자
IT조선은 9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 위치한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부지를 찾았다. 부지로 향하던 도중 도로에 크게 걸린 수소충전소 반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걸린지 오래돼 빛이 조금 바랬지만, 수소충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굳건한 반대 의지를 보여주기나 하듯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걸려있었다.

수소충전소 부지는 탄천물재생센터 한 쪽 귀퉁이에 위치했다. 도로를 향해 세모꼴로 난 부지의 끄트머리에 입지해 어렵지 않게 안을 볼 수 있었다. 부지 안 굴삭기는 덤프트럭에 흙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첫 수소충전소는 2019년 설립이 예정됐지만 이제야 첫 삽을 뜬 모습을 보였다.

토지공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부지 / 이민우 기자
토지공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부지 / 이민우 기자
환경부가 발표한 ‘저공해 누리집’ 자료를 보면, 전국 수소차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50개쯤이다. 등록된 수소차가 1만1000대인 것을 고려하면 충전소 숫자는 적은 편이다. 대부분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

수소차 충전소를 도심이 아닌 교외에 설치하는 이유는 주민 불안감 영향이다. 충전소의 안전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역민 의견이 부정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적한 교외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충전소가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양재충전소는 2020년 운영을 잠시 중단한 후 최근 재개장했다. 재개장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민과의 마찰로 진통이 컸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에서 충전소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안전 검증에 대한 비대면 주민설명회를 열어야 했을 정도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회 반대서명서 / 탄천 수소충전소 반대 일원주민회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회 반대서명서 / 탄천 수소충전소 반대 일원주민회
공공이 이득을 얻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익이 되지 않을 때 반대하는 님비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원전이나 폐기물 시설 등의 설치를 반대할 때 자주 쓰이는 용어인데, 수소차 충전소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충전소가 위험 시설물이라는 불안이 확산되며 님비현상으로 이어졌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수소차 충전소 건립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허가 지연 등 문제다"라며 "본인 거주지역에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있어 도심지 인허가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나마 과거 대비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라며 "각 지자체와 협력해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어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