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의 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한다. 최근 회자되는 기업 중 하나인 스노우플레이크는 시가총액만 53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 전문기업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전무하다. 국내 데이터 기업의 활성화가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로는 기업의 보수적 문화가 꼽힌다.

빅데이터 이미지 / 픽사베이
빅데이터 이미지 / 픽사베이
9일 IT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전문 기업 중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은 없다. 유니콘 기업은 주로 게임 업체며, 전자상거래나 화장품, 핀테크, 바이오 분야 기업도 일부 있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의 업종은 다양하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전문기업도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스노우플레이크'와 ‘데이터브릭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AI·데이터 전문기업의 규모가 작은 것과 대비된다.

수십조원 가치 인정받는 韓 데이터 전문기업들

스노우플레이크는 2020년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IPO)과 함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기술주로 불리며 124억달러(14조원)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초기 투자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8일(현지시각) 기준 시가총액은 471억달러(53조6000억원)에 달한다. 실적도 견조한 편이다.

최근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스노우플레이크 제품 매출은 1억7830만달러(2030억8000만원)로 전년 대비 116% 성장했다. 2020년 연간 매출은 10억2000만달러(1조1600억원)로 전년대비 84% 성장했다. 2002년 4분기 영업손실의 폭이 커지긴 했지만 미국 금융투자업계는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4분기 실적발표 후 모건스탠리는 스노우플레이크의 목표 가격을 265달러(30만1000원)에서 270달러(30만7000원)로 상향 조정했다. 8일 기준 스노우플레이크 주가는 213.99달러(24만3000원)이다.

데이터브릭스, 스노우플레이크 로고 / 각 사
데이터브릭스, 스노우플레이크 로고 / 각 사
상장을 앞둔 또 다른 빅데이터 전문 기업 데이터브릭스의 기업가치도 고공 행진 중이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데이터브릭스의 기업가치는 280억달러(31조2900억)에 달한다.

스노우플레이크와 데이터브릭스 등의 성장 배경에는 거대 기술기업의 과감한 투자 영향도 있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벤처캐피탈 회사로 거듭났다는 평을 받을 만큼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CNBC에 따르면 스노우플레이크, 줌 등에 투자한 세일즈포스의 2020년 투자수익은 17억달러(1조9000억원)에 달한다.

세일즈포스는 데이터브릭스에도 투자를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브릭스 투자에 합류했다.

국내는?

하지만 한국에서 데이터 분석 기업이나 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국내에서 주목을 받고 규모가 큰 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의 기업가치는 1700억원이다. 바이브컴퍼니는 2020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5배쯤의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2021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빅데이터 전문기업 모비젠의 매출도 아직 100억원대에 그친다.

국내 데이터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로 아직은 데이터 산업이 ‘공공부문'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을 꼽았다. 민간 기업의 보수적인 문화도 이유로 꼽힌다.

국내 데이터 전문 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시장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솔루션 사용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기업이 온프레미스가 아닌 클라우드 전환을 하더라도 AWS와 MS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 없이는 시장 공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데이터 전문 유니콘 기업이 없는 이유는 공공 위주로 시장이 형성이 됐기 때문이다"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들도 빅데이터 플랫폼을 사용할 정도는 돼야 기업들이 성장할 텐데,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소프트웨어학과)는 "기존에 데이터 분석 등을 전문으로 하던 기업들이 대부분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외부 업체에 분석 등을 맡기기 보다는 보통 자체 빅데이터 팀을 만들어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데이터 등의 사업을 정부가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 주도로 산업이 흘러가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댐 이후 AI 데이터 기업들이 생기긴 했지만 대부분 라벨링 작업을 하는 회사들로 장래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