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배터리 분쟁은 포드·GM 간 픽업트럭 대리전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3.10 06:00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쟁이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대리전 양상을 보인다. 미국 내 높은 자동차 판매 점유율을 가진 두 기업이 주력 차종 중 하나인 전기 픽업트럭 선점을 놓고 부딪히는 모양새다.

배터리 소송으로 얽힌 포드·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제너럴모터스(GM) / 각사·이민우 기자
포드와 GM은 ‘미국 자동차’를 상징하는 라이벌 기업이다. 코트라가 마크라인즈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2020년 조사를 보면, 두 기업은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1·2위를 석권하며 첨예한 경쟁을 펼쳐왔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도 두 기업의 전쟁이 벌어진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 측에서, GM은 얼티엄 배터리를 합작한 LG에너지솔루션의 편을 든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의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자, 포드는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타개하려는 모습이며, GM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중요시한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포드와 GM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송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전기 픽업트럭 경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기업은 미국 내 주력 차종 중인 픽업 트럭 시장에서 경쟁해왔고, 차세대 전기차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각자 첫 모델을 공개해 시장 선점을 노리는 중이다.

GM에서 출시하는 전기 픽업트럭 모델 허머EV 에디션 1 / GM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모델인 F-150을 전기차(EV)로 2022년에 출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으며, 허머EV는 사전예약을 진행한 데 이어 2021년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다. F-150 EV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GM의 허머EV는 LG에너지솔루션과 만든 얼티엄 배터리를 쓴다. 나란히 2021년 ‘전기차 올인’을 선언한 두 기업에서 선택한 선봉장이 전기 픽업트럭인 셈이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수입 금지 판결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통령 거부권 없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규제가 확정되면, F-150 EV 출시를 염두하고 진행했던 배터리 공급망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ICT에서 SK이노베이션에 유예기간 4년을 부여했으나, 포드의 경우 전기 픽업트럭 전략에 걸림돌이 생긴 상황이다.

GM은 포드에서 배터리 문제로 비롯해 전기 픽업트럭 전략에 차질을 빚으면 해가 갈수록 더 큰 이익을 보는 상황이다. 허머EV시리즈가 2022~2024년 동안 연속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기간 동안 발매되는 허머EV들은 처음 발매된 ‘허머EV 에디션1’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보유해 소비자 공략과 점유율 상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포드에서 생산하는 오프로드 픽업트럭 주력 모델인 F150 / 포드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포드는 ICT의 추가적인 비판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며 "SK이노베이션 측 배터리가 일단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포드에서는 반박을 하긴 했어도 ICT 측 결정에 대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상당히 친밀한 기업이며 배터리 합작사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성명처럼 지지를 표하는 모습이다"며 "포드 입장에서는 배터리 생산공장을 아직 설립 중이라 실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간이 유예기간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게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ICT 쪽에서 유예기간으로 포드에게 기회를 줬는데,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배터리 공급 업체를 찾는 일이 어렵긴해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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