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최대 소비국이라 평가받는 일본에서 국산 전자담배가 인기를 끈다. 담배업계는 일본에는 없었던 하이브리드 방식이 애연가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분석한다. 일본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아이코스 보다 맛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릴 하이브리드 판매를 위해 아이코스의 브랜드를 일부 활용한 것도 상종가를 달리는 이유 중 하나다.

KT&G는 10일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릴 하이브리드 2.0’이 일본시장에서 판매 호조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KT&G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일본에서 릴 하이브리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단기간에 지방에서 전국구로 판매가 확대된 것이 현지 시장의 인기를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릴 하이브리드를 현지 판매하는 필립모리스 관계자도 "해당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모델 유키 미가 일본 현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릴 하이브리드 2.0’을 소개하고 있다. / 필립모리스재팬
모델 유키 미가 일본 현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릴 하이브리드 2.0’을 소개하고 있다. / 필립모리스재팬
KT&G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자사 전자담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KT&G와 PMI는 2020년 10월 일본 후쿠오카와 미야기 등 2개 지역에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2.0’을 먼저 출시한 뒤, 올해 2월 15일부터 도쿄와 오사카, 삿포로 등 현지 주요 대도시를 포함한 전국으로 릴 하이브리드 유통망을 확대했다.

임왕섭 KT&G NGP사업단장은 "릴 하이브리드 2.0이 일본 현지 시장에서 차별화된 맛과 편의성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코헤이', ‘테라판' 등 일본 현지 담배 전문 유튜버들은 릴 하이브리드 2.0과 전용 스틱 ‘믹스' 시리즈가 일본 전자담배 시장을 석권한 ‘아이코스'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했다.

KT&G는 현지 전자담배에서 찾아보기 힘든 궐련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타입이 현지 애연가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아이코스와 액상 전자담배의 중간쯤 되는 부드러운 맛으로 애연가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담배업계는 릴 하이브리드의 일본 시장 안착 이유가 ‘아이코스' 브랜드를 일부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아이코스라는 인식이 강한 일본에서 릴 하이브리드가 빠르게 시장을 침투한 것은 아이코스 브랜드의 힘을 빌린 것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해외 판매되는 ‘릴 하이브리드 2.0’에는 필립모리스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 브랜드가 함께 붙는다. KT&G에 따르면 해외수출 제품에는 릴과 아이코스 브랜드명을 병행 표기(lil·Introduced by IQOS)하고 있다.

KT&G 입장에서는 일본 시장에서 아이코스 브랜드가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만큼 릴과 아이코스 브랜드를 함께 제품에 표시하는 것이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필립모리스재팬에 따르면 아이코스 전자담배는 2020년 4분기를 기준으로 일반담배를 포함한 일본 전체 담배시장의 20% 점유율을 차지했다. 참고로 현지 전체 전자담배 점유율은 27%다. 아이코스가 일본 전자담배 시장의 74%쯤을 차지한 셈이다.

일본 담배업계에 따르면 릴 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은 따로 집계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이코스 브랜드를 달고 필립모리스재팬이 현지 판매를 맡고 있는 만큼 아이코스와 합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필립모리스가 경쟁사로도 볼 수 있는 KT&G의 손을 잡은 이유는 세계 전자담배시장 확대를 위함이다. 홀로 힘겹게 시장을 넓히는 것 보다 파트너사와 함께 시장을 넓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와 KT&G가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이유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