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한반도가 태생부터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역사적 요충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해양세력의 대륙 진출 교두보로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환기되면서, 비로소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됐습니다.
저자는 임진왜란 이전 까지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10줄 요약
1. 역사적으로 16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바다보다 육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한 생존 전략이었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군사적ㆍ정치적으로 경계해야 할 일본은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한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없었던 반면, 유라시아 동부 평원에는 기마 기술이 발달한 여러 세력이 있었다.고려와 조선은 대륙과 접한 북쪽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해안에는 소규모의 간헐적 침략을 대비할 정도만 방어했다.
2.임진왜란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를 바꿔놓았다.
16세기의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한 장이었다. 대륙의 한인 세력으로서는 해양 세력 일본의 대륙 진출을 저지해야 하는 완충지였고, 일본이 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이른바 중원이라 불리는 중국 대륙에서 한인 국가와 북아시아 지역의 유목민ㆍ반(半)유목민이 충돌할 때마다 한반도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정복지로서 고려되지는 않았다.
3. 임진왜란은 한반도가 유라시아 동부 지역에서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대두한 사건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해양 세력인 일본은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정복을 꾀했으며, 대륙의 한인 세력은 해양의 일본 세력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서 한반도를 이용했다. 임진왜란 이전의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4. 임진왜란을 통해 20여만의 대군을 바다 건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과, 내향적 외교로 조선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이 일본에 등장하면서, 한반도 국가는 비로소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되었다.
5. 각 시대와 지역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기의 역사가 후대에 반복된다는 발상은 학문이 아닌 종교에 속한 것이다.
6.문순득은 유구왕국에 표류됐다. 유구 왕국은 중국 명청조와 조공 무역을 하면서 얻는 이익을 얻는 국가였다. 문순득 일행이 표착하자 유규에서는 체계적 시스템으로 이들을 대우했는데 외국인을 후대해 자기 나라가 국제무역을 위한 공정함과 신뢰를 잘 지키는 나라임을 외국에 보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7.1802년 11월부터 1803년 8월까지 문순득 일행은 루손에 머물며 에스파냐 식민지였던 필리핀 루손 지역의 유럽 문물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반도 주민이 처음으로 필리핀에 방문한 것이었다.
8.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살면서 외국인도 자유롭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루손의 경제적 풍토는, 상업이 천시 받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던 조선 출신의 문순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9.유구왕국, 루손지역을 거쳐서 3년 만에 고향인 우이도에 도착한 문순득. 그는 제주에 표류한 루손 사람들이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했다. 넓은 세계를 봐버린 문순득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0.이강회는 문순득에게 동해안을 누빈 체험을 들었다. 일반적인 조선 사람들에게는 땅끝의 유배지로 느껴졌을 터인 우이도가,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으로 기능한 것이다.
한반도 → 유구 → 필리핀 → 마카오 → 청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남쪽 지역을 표류한 문순득과, 알래스카 → 캄차카 → 시베리아 → 이르쿠츠크 → 오호츠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북쪽 지역을 표류한 고다유. 문순득의 모험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한 것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전과, 그의 동생 정약용의 제자 이강회였다. 고다유의 모험을 기록한 것은 일본의 근대를 예비한 난학 연구자 가쓰라가와 호슈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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