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자동차 이어 가전제품도 공급난
세탁기 등 전원 장착 가전에 반도체 들어가

자동차와 스마트폰, PC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제조업체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전 업계도 반도체 수급 불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MCU(Micro Controller Unit)와 주요 칩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 무선주파수 칩 등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각종 자연재해로 글로벌 반도체 공장이 연이어 셧다운됐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정부와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위기 극복에 나선다.

반도체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반도체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와 PC, 스마트폰에 이어 가전에도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타나며 수급 불안이 주요 산업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최근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AP)와 모뎀 칩 등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퀄컴의 반도체 리드 타임도 30주까지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이라면 퀄컴에 통신 칩 주문을 넣을 경우 7개월 후에 제품을 받게 된다.

여기에 가전제품에 쓰이는 PMIC, MCU 등의 수급도 최근 들어 불안정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 불안이 가격 상승과 제품 품귀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한다. 특히, 재고를 다량으로 확보하지 않은 중소 가전업체의 경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급 부족으로 인해 파운드리 생산 단가는 15% 이상, PMIC 칩 단가는 20% 수준, 이미지센서(CIS) 단가가 20% 가까이 올랐고, 반도체 후공정 패키지 단가도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심각한 상황으로, 평년보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쓰이는 반도체 공급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각종 자연재해와 정전으로 멈춰선 반도체 공장의 사정도 반도체 수급에 영향을 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로 인한 전력부족으로 2주 넘게 가동이 중단됐다. 최근 재가동 됐지만, 정상가동까지 적어도 4~6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인근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와 인피니온의 공장도 가동을 멈춘 바 있다.

2월에는 일본 동북부 지진 여파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공장이 셧다운됐고, 최근인 4일에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대만 유니마이크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이은 악재로 반도체 수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반도체 자립에 나섰다.

정부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 자립을 위해 2022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나선다. 반도체 수급 불안에 영향받지 않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반도체와 완성차 기업이 참여하는 ‘미래차·반도체 협의체’도 만들어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