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신산업 혁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5법 추진 의사를 밝히지만 여야 갈등 국면에 따른 진통이 적지 않다. 5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위원회(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여야 갈등이 지속하면서 정보통신융합법 적용을 받는 사업자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법안 미비에 따른 사업 중단 위기 상황 때문이다.

2월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2월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11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민주당이 규제 샌드박스 5법 추진에 집중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제도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금융혁신법 ▲스마트도시법 등의 개정안이 5법에 속한다.

민주당은 1월 규제 혁신 가속화를 위해 규제혁신 추진단을 꾸린 후 이달까지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규제 샌드박스 5법을 빠르게 완성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규제혁신 추진단장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열린 회의에서 "규제 샌드박스 5법인 스마트도시법, 국가공간정보기본법은 2월 국회를 통과했다"며 "2월에 매듭짓지 못한 법안은 3월과 4월에 마무리 짓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여야 갈등 국면에 과방위·소위 일정조차 ‘미정’
정보통신융합법 적용받는 사업자만 애탄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규제 샌드박스 5법 중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이 국회 과방위에 계류된 탓이다.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약칭이다. 2020년 6월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사업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임시허가를 요청한 후 관계 기관장이 해당 기간에 법령 정비를 완료하지 않으면 임시허가 유효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규제 샌드박스 3법으로 불리며 국회를 통과했지만, 함께 논의된 법안(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과 달리 이번 개정안 내용이 빠졌다. 정보통신융합법을 적용받는 사업자만 미래 불확실성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와 여당이 개정에 나선 것이다.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은 현재 과방위 소위를 앞뒀다. 소위에서 논의를 마친 후 과방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를 연이어 거쳐야 한다. 여당이 제시한 대로 3~4월 안에 통과가 되려면 법안 추진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만 여야 합의로 정하는 과방위 소위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과방위 관계자는 "현재 과방위 소위 일정은 미정이다"며 "다음 주 일정과 관련해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방위 역시 여야 갈등 국면에 있어 회의 개최일이 미정이다. 여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추천과 구글 앱 갑질 차단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야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일정을 협의하고 있지만 회의 개최일과 상정 안건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2월 열린 정부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 생중계 갈무리 / 국무총리실 유튜브 계정
2월 열린 정부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 생중계 갈무리 / 국무총리실 유튜브 계정
개정안 취지보다는 정치적 입장 중시하는 여야 갈등 지속 예정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대립도 있다. 여당은 신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해당 개정안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해당 법안이 자칫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여당은 야당 우려에 대안을 추가로 내놨음에도 야당이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법안 추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안이 정부의 입법 성과가 될 수 있기에 야당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과방위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의 입법권 침해 우려와 관련해 수정 대안을 제시했다"며 "한두 달 논의된 법안이 아니기에 지연될 이유는 없다"고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

반면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관련) 과기정통부 추가 자료 설명이 필요하다 보니 후속조치 과정에서 계류가 된 것이다"라며 "독단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여당이 제시한 3~4월 안에 규제 샌드박스 5법이 완성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4월 보궐선거와 함께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논란이 되면서 여야 갈등이 지속하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 관계 부처인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방위에서 개정안이 계속 계류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소위가 이달 중 열려서 논의되지 않을까 희망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