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토종 길들이기…전기차 타이어 외산만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3.12 06:00
현대자동차 그룹이 신형 전기차 타이어로 외산 제품을 선정한다. 품질 측면에서 외산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토종 타이어 업계가 외면 받는다. 현대차 측은 고급화 전략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토종 업체는 고개를 갸웃한다. 현대차가 국산 타이어 업체 길들이기를 위해 외산만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쉐린타이어를 출고용타이어로 사용하는 현대 아이오닉5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용 전기차 SUV 아이오닉5를 출시한데 이어 기아에서도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인 EV6의 연내 출시를 예정했다. 아이오닉5의 익스클루시브·프레스티지 트림 모두 미쉐린에서 생산한 타이어가 사용된다. 기아 EV6도 공식화되진 않았으나 미쉐린·컨티넨탈(독일) 등 수입산 타이어를 출고용타이어(OET)로 사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현대차에서 이어온 수입 타이어 선호 경향이 전기차 신차 출시 이후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2020년 1월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했던 제네시스 첫 SUV인 GV80은 미쉐린과 피렐리(이탈리아) 타이어를 출고용으로 사용했다. 그랜저·펠리세이드 역시 출고용타이어로 미쉐린이나 브리지스톤(일본)을 쓴다.

현대차에서 그동안 주장해 온 수입 타이어 사용 명분은 ‘고급화 전략’이다. 출시 모델의 고급스러운 외관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단가가 비싼 수입 타이어를 쓴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를 필두로 쏘나타 등 타 모델에도 고급화 전략을 펼쳐왔다.

국내 타이어 업계에서는 마치 국산 타이어가 수입타이어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우려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관심과 중요성도 커지는 상황인데, 현대차의 수입 타이어 선호 상황에 토종 업체이 고민이 깊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 기업의 경우 전기차 전용 타이어도 계속 개발하고 있는데 현대·기아차 쪽에서 외면받는 느낌이다 보니 답답한 상황이다"며 "타이어는 완성차 업체의 선택이다보니 존중하지만 초반에 투입된 공급업체가 바뀌긴 어렵다보니 아쉬워 하는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와 주요 적용기술 / 한국타이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엔진 구동음이 없어 타이어와 노면 마찰시 일어나는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내연기관보다 차체도 더 무거운데다 최고속도 도달이 빨라 마모현상에 더 강해야 하는 등 기존 타이어와 다르게 설계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현대차는 2017년 미쉐린과 협약을 맺고 전기차 전용 사계절 타이어 개발에 나서는 등 타이어 동맹을 공고히 한 바 있다.

국내 타이어 업계도 2013년부터 한국·금호타이어 등 국내 기업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해왔다. 몇몇 업체는 신규로 발매되는 전기차 모델에 맞춰 리뉴얼을 진행하고, 신규 제품 출시도 조율하는 등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 대응과 품질 유지를 꾀하는 중이다. 테슬라의 모델3와 전기 SUV ‘모델Y’나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도 한국산 타이어가 공급된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외산 타이어 채택 이유가 업계 길들이기 용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내세운 고급화 전략 외에도 한국타이어와 생긴 골로 인한 국내 타이어 업계 길들이기 차원이 아닌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신형 전기차에 외산 타이어가 탑재되는 현상은 향후 있을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체용 타이어 시장은 출고용 타이어 시장보다 규모가 2배 정도 큰 것으로 집계된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업계 입장에서 지금 당장 전기차 신차 출시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겠지만, 타이어 교체주기인 3~5년 후 타격을 볼 수 있다"며 "신차에 적용된 출고용 타이어는 교체용 타이어 판매에도 영향을 주며, 절반에 가까운 운전자가 출고할 때 장착했던 타이어와 동일한 타이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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