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막올랐다. 17일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을 시작으로 LG이노텍(18일), LG디스플레이(23일), LG전자(24일), LG(26일) 순으로 주총이 열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은 삼성과 LG를 향한 의결권 자문회사의 입김 확대에 시선이 쏠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데 이어, LG의 계열분리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왼쪽)과 LG전자 여의도 사옥 / 조선일보DB
삼성전자 서초 사옥(왼쪽)과 LG전자 여의도 사옥 / 조선일보DB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ISS는 삼성전자 감사위원 선임안건에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ISS는 해당 사외이사들과 감사위원 후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 활동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주총 하루 전날인 1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한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적은 없었다. 2018년 주총에서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이 61.6%의 찬성률로 통과된 게 역대 최저 찬성률이다.

이목이 쏠리는 것은 감사위원 선임이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 규정에 따라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사외이사와 분리해 따로 선출해야 하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각각 최대 3%까지만 허용(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지배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돼 오너가 영향력이 축소될 수 밖에 없어서다.

LG도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계열분리에 부침이 예상된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LG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된 계열분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사업상 정당성이 부족하고, 가장 중요한 이슈인 자산관리와 순자산가치(NAV) 저평가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며 "분할후 주식 교환은 가족간 승계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래스루이스도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LG 관계자는 "지주회사 분할은 사업관리 영역 전문화와 배터리, 전장 등 성장사업 육성을 가속화하고 계열분리 시 경제력 집중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다수의 주주가 분할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주총 안건 통과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는 11일 공시를 통해 신설지주 사명을 엘엑스홀딩스(LX홀딩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총에서 회사분할에 대한 승인이 나면 앞으로 LG그룹의 지주회사는 LG와 LX홀딩스 2개의 지주사로 재편될 전망이다.

LG그룹 주총에서 또다른 관심사는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방향성이다. 24일 LG전자 주총 또는 26일 LG 주총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3월 첫째 주 임직원들에게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열었다. LG전자는 이 자리에서 3월까지 사업방향성을 확정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1월 20일 "모바일 사업 관련해 현재·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