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반도체 기근 대책에 '中企'는 없다

김동진 기자
입력 2021.03.16 06:00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모바일과 PC, 가전 산업 분야에도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골치거리로 등장했다. 산업계 전방위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확산 중이다. 기록적인 한파로 삼성전자 미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되는 등 자연재해까지 반도체 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품귀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반도체 부족이 전 산업군에 걸쳐 나타나면서 연말까지 제품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인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2022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위해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을 위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반도체와 완성차 기업이 참여하는 ‘미래차·반도체 협의체’도 만들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정부 대책은 구체성과 대응 범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단기적으로는 수입통관 긴급지원과 성능‧인증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실익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수천개에 달하는 차량용 반도체 제품 중 어디에 예산을 투입해 어떻게 자립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이지 않다. 수급 불균형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연결 과정이 불명확하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급난이 전 산업군으로 확산한 지금, 자동차뿐 아니라 영향받는 산업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인해 파운드리 생산 단가는 15% 이상, 전력관리(PMIC) 칩 단가는 20% 수준, 이미지센서(CIS) 단가가 20% 가까이 올랐다.

중소 가전·PC 업체는 반도체 재고를 미리 확보할 여력이 안된다. 비싼 가격에 구입한 반도체를 제품에 탑재해도 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제조 단가가 올랐다고 해서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주고 반도체를 구입하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을 기대게 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미래 반도체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반도체 품귀 사태에 대한 해법은 미봉책이 아닌 실효성을 담은 대책이어야 한다. 반도체 품귀에 영향받고 있는 기업뿐 아니라 추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생태계를 이루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자동차와 모바일, 가전, PC 산업 모두 근간을 이루는 생태계가 튼튼하게 버텨줘야 반도체 품귀라는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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