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첫날 10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쿠팡에 이어,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대표주자 마켓컬리도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 받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컬리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별도로 기반 유통망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켓컬리는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이라는 제한된 배송망을 보유했다. 쿠팡·네이버·SSG 등 e커머스 업체와 백화점·마트 등이 신선식품 빠른배송 서비스에 뛰어든 것도 마켓컬리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켓컬리 배송차량 모습 / 마켓컬리
마켓컬리 배송차량 모습 / 마켓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는 최근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를 통해 "올해 미국 증시 상장방안을 은행과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월말 사내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연내 상장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마켓컬리는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분야 선구자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해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2015년 29억원에서 2019년에 4289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1조원대로 알려졌다.

급성장한 매출과 함께 영업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8년 337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986억원을 기록했다. 물류 역량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에 따른 것이다. 쿠팡 역시 덩치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이어온 바 있다.

문제는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으로 제한된 배송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내 신선식품 시장을 장악하려면 전국 주요 도시 사업권이 필수다. 풀필먼트 물류 센터 확대도 선결 과제 중 하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풀필먼트 센터 하나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마켓컬리가 미국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온다해도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2021년 1월 기준으로 총 4개의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보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장지동 복합물류센터에는 상온과 냉장센터가, 경기도 남양주 화도에는 냉동센터가, 경기도 죽전에는 상온센터가 있다. 최근 김포에 4만평 규모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추가하며 세를 확장 중이다.

컬리와 같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사업을 진행하는 쿠팡의 경우 전국 총 168곳에 크고 작은 물류센터를 가졌다. 쿠팡은 최근 대구에 3200억원, 광주에 2240억원, 충북 음성에 1000억원, 경북 김천에 1000억원, 함양에 720억원, 대전에 600억원을 투자해 첨단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마켓컬리의 규모와 비교 자체가 안된다.

쿠팡 인천 메가센터. / 쿠팡
쿠팡 인천 메가센터. / 쿠팡
최근 네이버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SSG닷컴과 새벽배송과 자체 식품 브랜드로 신선식품 경쟁에 나선 쿠팡, 마이크로 물류배송으로 신선식품 경쟁에 뛰어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신선식품 시장 경쟁도 마켓컬리에 악재다.

네이버는 이마트와 총 25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교환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와 신세계 커머스 이용자 수는 각각 5400만명, 2000만명씩인데, 양사는 이마트 SSG의 풀필먼트 물류센터 네오 3곳과 7300개 지역 거점을 활용한 물류 생태계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마켓컬리와 수도권 신선식품 시장 영역다툼을 벌이는 SSG닷컴의 경우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3조9236억원을 기록했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인 1조원 대비 3배쯤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SSG닷컴의 신선식품 경쟁력은 네이버와의 연합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쿠팡의 로켓프레시는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배송망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주문 패턴을 분석해 빠른 입출고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GS프레시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구축한 물류 인프라를 통해 신선식품 시장을 공략할 기세다. 배달의민족은 B2B에서는 ‘배민상회', B2C에서는 ‘B마트'로 식품시장 영토확장에 나선 상태다. 현대백화점도 현대식품관 투 홈을 통해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마켓컬리의 미국 상장 가능성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수년에 걸쳐 미국 NYSE 상장을 면밀하게 추진해 대박을 냈다"며 "마켓컬리가 단기간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