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앱 결제 수수료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구글이 국회의 ‘구글갑질방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꼼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회는 법안 처리에 뜸을 들이면서 실제 법안 처리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글플레이 로고 / 구글
구글플레이 로고 / 구글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7월 1일부터 매출 100만달러(약 11억원)까지는 15% 수수료를 구글플레이 앱 개발사에 적용키로 했다. 매출액이 초과할 경우 30%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구글은 대·중·소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콘텐츠를 판매하는 대부분의 국내 개발사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연 매출 100만달러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하한 애플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기업별로 매출을 구분하는 절차가 더 번거로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내다봤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애플과 달리 기업 규모 제한을 없애고 대,중견 기업까지 수수료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한 이유는 내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 100만달러 이하 콘텐츠에서 얻는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별로 매출을 구분하는 절차가 더 번거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했다.

특히 국내 IT 업계는 구글의 이번 정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번 정책 발표로 혜택을 볼 기업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요 업체 대부분이 연 매출 10억원을 훨씬 넘는 상황이며 규모가 작은 일부 개발사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앱스토어 매출의 대부분은 상위권을 차지하는 연 매출 11억원 이상인 콘텐츠에서 나온다"며 "이번 발표가 구글 앱스토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 역시 "전체가 아니라 일부 매출에 한해 수수료를 내린 것이기에 영향은 없을 것이다"며 "정치권에서 압박하니 생색내기로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글갑질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꼼수 지적도 나와

일각에선 국회의 신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글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수수료 인하 방침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가 얼마인지 보다는 독점적 지위를 지닌 구글이 인앱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며 "이와 관련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는 법안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정책이 더 큰 의미를 갖도록 과방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인앱 결제 대응 정책 등 앱마켓의 지속적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입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 시점 이전에 법안 처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여야는 지난해 법안 처리에 뜻을 모았으나 구글이 정책 연기,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낼 때마다 매번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야당은 통상 문제 등을 고려해 법안 처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입법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구글과 소비자 등 전반적인 의견을 듣다 보면 법안 처리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