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폭스바겐, 15억 中 위해 K배터리와 각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3.17 06:00
글로벌 완성차들이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 인구 15억명의 거대 중국 시장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기존에 거래를 이어온 K배터리와는 각을 세웠다.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그룹은 15일(현지시각)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파워데이(Power Day)를 열고 2030년까지 추진할 배터리와 충전 부문의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동안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사용했지만 향후 각형 배터리 탑재를 80%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CEO / 폭스바겐 파워데이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확대는 중국 CATL이 각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만큼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 혜택을 몰아주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0%대로 판매대수 1위를 기록했다. 매출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같은 배터리 전환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판매되는 자사 차량 중 순수 전기차(BEV) 비중을 60%까지, 중국은 5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전기차 공급 확대 전략을 펼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이 테슬라와 버금가는 최대 공급처로 타격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매출에서 폭스바겐의 비중은 5%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10%), 포르쉐(4%)를 더하면 20%에 육박한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매출(12조3635억원) 가운데 2조3000억원쯤을 폭스바겐그룹이 책임졌는데 장기적으로 이 매출이 증발하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를 공급중인 폭스바겐 ID.4 / 폭스바겐
SK이노베이션도 폭스바겐이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사다. 당장 미국 조지아주 공장 가동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ITC 최종판결에 따른 수입금지가 해결되더라도 폭스바겐이 아닌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로 돌아선 만큼 기존 계약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향후 수주를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만드는 삼성SDI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삼성SDI가 유럽에서 폭스바겐이 요구하는 물량을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유럽에서는 합작 벤처를 운영 중인 스웨덴 노스볼트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역시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배터리 3차 입찰에서 중국 CATL에 절반 이상의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을 한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2020년 중국 판매량은 66만4744대다. 2019년 대비 26.9% 감소했다. 최대 판매를 달성한 2016년(179만2022대) 대비 62.9%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해외 판매 목표를 15~16% 늘려 잡았는데, 부진했던 중국시장에서 수요 회복이 관건이다.

CATL은 글로벌 완성차들과 잇따라 협력 수위를 높이며 K배터리를 위협한다. 테슬라, GM, 다임러와도 이미 손을 잡았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 에르푸르트에 연간 14GWh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2020년 95GWh인 CATL의 생산능력이 2021년 말 160G~185G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 거대 중국 시장과 정부 지원을 앞세워 K배터리 대비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K배터리는 고객사 이탈을 막는 생산공정 변화, 신규 고객사 확보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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