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과기정통부 추경이 단기 일자리 사업에 불과하다며 4월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사업은 오히려 증액이 필요하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17일 오전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모습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17일 오전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모습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과기정통부, AI·바이오 산업 데이터 일자리 위해 1327억 추경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2021년도 과기정통부 소관 제1회 추경예산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번 추경은 과기정통부의 추경 관련 사업 올해 본예산인 4834억원에 1327억원을 추가해 바이오·인공지능(AI) 데이터 및 디지털 전환 사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긴급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1개 신규 사업과 3개 계속 사업 등 총 4개 사업에서 예산을 증액한다.

구체적으로 다부처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바이오 연구 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와 지능정보산업 인프라 조성(지식 베이스 구축) 등을 포함한 데이터 일자리 사업에 총 1125억원의 추가 예산안을 마련한다. 디지털 전환 사업은 전문 강사와 컨설턴트 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규로 186억원의 예산을 추가한다. ICT 창의 기업 육성(혁신기술 기반 벤처 성장 지원)을 위해서도 16억원을 증액한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고용 충격이 우려된다.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한다"며 "과기정통부는 이에 바이오와 AI 분야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와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추경 예산안 편성을 제안한다"고 취지를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2021년도 1차 추경 편성 사업 세부 내용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의 2021년도 1차 추경 편성 사업 세부 내용 / 과기정통부
야당 "6~7개월 단기 일자리 위해 추경하는 것"

과방위 전체회의에선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추경안을 놓고 야당의 비판이 이어졌다. 긴급 일자리 지원이 6~7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알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추경안을 보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에 975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단순 데이터를 만드는 식의 알바로 보인다"며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성과에 포함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번 (과기정통부가) 3차 추경으로 200억원을 확보해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를 2000명 양성하겠다고 했다"며 "이번 추경을 통해 1000명을 추가 양성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창출할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기정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3차 추경으로 채용된 2028명 중에서 교육 수료 후 취업된 사람이 199명이다. 그중 40%는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와 상관 없는 직종으로 갔다"며 "겨우 실적을 올린 사업을 또 하겠다고 (추경안을) 올린 거다"라고 덧붙였다.

최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시급한 상황에서 단기 일자리라도 빠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학습용 데이터 일자리는 단순 공공 일자리가 아니다. 그 일을 통해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니 일자리 전환도 가능한 자리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 추경 사업으로 시작한 것은 올해 8월까지 진행된다"며 "아까 논의된 199명은 취업이 된 상태지만 나머지 참가자는 취업을 위한 시간이 아직은 필요하다. 곧 취업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바이오 헬스 관련 의료 AI 빅데이터 분야에 2025년까지 1만7000명이 필요하다는 수요 전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자리 사업 예산을) 진행했다"며 바이오 데이터 엔지니어 인력 양성 사업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왼쪽)이 최기영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김영식 의원(왼쪽)이 최기영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본예산 직후 추경 편성은 이례적…선거용 아니냐는 지적도

추경안 시기와 관련해서도 야당 비판은 이어졌다.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본예산 통과한지 93일 됐다"며 "100일도 안 됐는데 (추경안이 나오니) 분기 별로 예산을 측정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IMF 이후 선거 전에 추경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관권에 의한 금품 선거를 막으려는 관례였다"며 "이 시점에서 추경을 해달라는 것은 작년에 예산을 잘못 잡았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관권 선거를 기획하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시급한 예산이라면 본예산에서 올려서 하든지, 6월 이후 사업이 진행되는 것 보고 추경을 해야 한다"며 "3월에 추경안을 올린 것은 선거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추경을 보면) 총 8960명을 고용해서 6개월짜리 일자리를 만든다"며 "이게 대한민국 과학 기술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최 장관은 "(일자리 관련) 조사를 했는데 수요가 많았다. 일자리가 급하기에 추경을 빠르게 하는 면이 있다"며 "단기라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그런 일자리 통해서 좋은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참여자가 경험을 쌓아서 더 나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기에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기영 장관(왼쪽)이 윤영찬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최기영 장관(왼쪽)이 윤영찬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여당 "데이터 일자리 사업, 중요성 큰 만큼 본예산 반영 필요"

여당은 이번 추경 사업이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과 위기 대응에 필요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추경에서 나아가 본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데이터 쌓는 과정에서 바이오 유관 전공을 한 학생을 6개월 동안 정보통신(IT) 쪽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취지인데, 6개월 교육과 훈련으로 가능하겠냐"며 "이 사업을 확실시 하려면 본예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오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 후 국가 바이오 스테이션에서 활용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추경 예산의 목적이다"며 "왜 추경안에 들어왔는지 궁금하다. 본예산에 투입되는 게 맞았다"고 강조했다.

관련 사업의 증액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정부가 고심 끝에 만든 안이 잘 유지가 돼서 청년에게 바이오 데이터 관련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덜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증액을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에 "(내년 본예산 반영은) 살펴보고 필요하면 하겠다"며 "미국, 중국에서 이 분야(데이터 일자리) 예산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적은 편이다. 그런 편에서는 예산을 많이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견에서 과기정통부 추경안이 분리한 선거를 뒤집기 위한 퍼주기에 속한다며 추경 전액 삭감을 요구한 상태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마쳤으며 오후에 예산결산소위원회 종료 후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