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책 밀어내기'에 끙끙 앓는 출판사들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3.22 06:00
교보문고가 낮은 책 공급률 강요에 이어 ‘책 밀어내기’도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대량 구매, 단가를 낮추고 팔리지 않은 책을 나중에 반품해 손실을 출판사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교보문고 홈페이지 / 교보문고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책 대량 반품은 출판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되어 왔다. 책이 매절계약(판매량 관계 없이 정해진 금액을 한번에 받는 방식)으로 팔릴 때에는, 원칙적으로 출판사가 아닌 서점이 손실을 진다.

그러나 ‘소품종 다량 생산' 방식으로 움직이는 출판 시장에서, 늘 ‘다음 책의 공급'을 염두에 둬야 하는 출판사들은 책 반품을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메이저 출판사, 중소형 출판사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이 가운데 오프라인 서점의 반품 책은 출판사에 더욱 큰 손실을 입힌다. 유통과 진열 과정을 거치면서 책이 더 심하게 손상되는 탓이다. 책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아 표지나 속지가 훼손되거나, 손때를 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출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알라딘, 인터파크의 (가져간 책 양 대비) 반품율은 2%-3%정도로 많지 않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은 재고 보관과 유통 그리고 진열 과정을 거치면서 책 손상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반품도 많은 구조다.

서점 브랜드 네임 등을 도장으로 새겨넣은 책을 반품해, 재생 비용을 출판사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네임이 새겨진 책이 반품되면 손해를 줄이기 위해 도장 흔적을 제거하는 ‘재생 작업'을 거친다. 이 부담은 모두 출판사들의 몫이다. 재생 과정에서 살짝 종이를 깎아내는 바람에 같은 책임에도 높낮이가 미세하게 다른 모습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중·소형 출판사들은 교보문고가 압도적인 매출 규모만큼 책 밀어내기 양도 상당하다는 불만을 토한다. 지난해부터 교보문고가 책 도매업을 본격 겸업하면서 업계 영향력은 한층 더 높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사 관계자는 "도매업에 본격 진출한 교보문고가 대량으로 매절 계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저렴하게 공급받고서, 소매점에서 팔리지 않는 책들은 대거 반품 처리를 하는 구조다. 교보문고는 도, 소매 과정에서 어떤 손해도 지려 하지 않는 셈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중·소형뿐 아니라 메이저 출판사도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에 부딪혀 왔다고 지적한다. 대량 매절 계약으로 신간을 할인해 납품(공급)받은 뒤,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에 반품으로 전가하는 상황은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메이저 출판사들은 이러한 관행을 ‘불가피한 마케팅 비용의 일환’으로 여긴다.

책 밀어내기로 인한 독립 출판업자의 고충은 한층 깊고 크다. 1인 출판인 커뮤니티 ‘꿈꾸는 책공장' 에는 교보문고의 반품 부담을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교보에서 반품이 왔는데 대부분 표지가 묶음과정에서 울거나 찍힌 책들이다. 표지가 구겨진 책을 정가에 팔 수도 없고, 도서 정가제 때문에 할인해 팔 수도 없다", "교보문고는 판매 부수 대비 많은 양을 발주하는 것 같다" "오버 발주를 하고서 2개월~3개월 뒤 (막상 판매가 안 되면) 표지가 구겨지고 금간 책 등을 반품처리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오히려 책 밀어내기 관행을 고쳐왔다. 자체적으로 재고를 처리하는 양을 늘려왔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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