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그룹 고문 / LG그룹
구본준 LG그룹 고문 / LG그룹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구본준 고문의 신설지주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상표권 논란이다.

LG는 구본준 고문과 계열 분리 수순으로 LX그룹 출범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10년째 영문 약칭 LX를 사용한 한국국토정보공사가 LG의 상표 사용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계열분리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국토정보공사와 LG 등에 따르면 양측은 16일 LX 상표권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 머리를 맞댔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뿐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LG는 이미 정해진 상표인 만큼 주총에서 LX홀딩스 사명을 포함한 지주사 분할 계획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토정보공사는 LG에 LX 상표권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LG 신설지주사의 LX 상표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입장은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며 "첫 만남에서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만큼 합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국토정보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2년부터 LX를 기업 이미지(CI)로 정해 10년째 영문 약칭으로 사용했다. ‘L’은 국토(Land)와 장소(Location)를 ‘X’는 전문가(Expert), 탐험가(Explorer)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정보공사는 9일 특허청에 LX 관련 상표 12건을 출원했다. LX홀딩스를 신설지주 사명으로 결정한 LG그룹이 3월 초부터 특허청에 ▲LX와 ▲LX하우시스 ▲LX MMA 등 100건이 넘는 상표를 등록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하지만 LG는 26일 열리는 제59기 주주총회에서 LX홀딩스 사명을 포함한 지주사 분할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11일 공시하면서 사명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정보공사는 12일 LG에 공사의 우려를 전달하며 LX 사명 사용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특허청에도 선출원 유사성을 강조해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측량 등 국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준정부 기관으로, 민간기업인 LG가 ‘LX’를 사용할 경우 공사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국민들이 헷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위)와 LG그룹이 특허청에 각각 등록한 기업 이미지(CI) / 키프리스
한국국토정보공사(위)와 LG그룹이 특허청에 각각 등록한 기업 이미지(CI) / 키프리스
상표법에 따르면 LX처럼 알파벳 두 자(字)로 이뤄진 간단한 표장은 문자 자체만으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도형이나 독특한 필체 등 이미지를 더해 식별력을 갖춰야 한다.

국토정보공사는 LG가 LX 글자 크기를 줄이는 등 상표 스타일에 변화를 주더라도 합의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기상 혼동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LX(엘엑스)라는 세 음절이 똑같아 혼동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LG는 LX 상표 사용 가능 여부를 상표 출원 전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법적 이슈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정보공사 측이 사명 사용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범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5월 출범하는 LX그룹은 지주사인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G상사, 실리콘웍스 등 5개사로 꾸려진다.

국토정보공사와 LG는 다음주 중 다시 만나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16일 만남에서 서로 입장을 공유하고 향후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