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정기 배송에 이어 자판기 구독 서비스를 확대한다. 코로나19 확산 후 일본에서 이미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고, 한국에서도 관련 트렌드가 확산 추세다.

일본 코카콜라 자판기. / 야후재팬
일본 코카콜라 자판기. / 야후재팬
코카콜라는 18일 4월 중순부터 자동판매기(이하 자판기)를 활용한 음료수 구독 서비스를 일본 현지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용 앱으로 월 2700엔(2만8000원)을 결제하면 자판기를 통해 매일 1개의 음료수를 소비자가 선택해 마실 수 있다.

일본 현지에서 자판기로 판매되는 음료수는 보통 120엔(1240원)~150엔(1560원)의 가격표가 붙는다. 150엔을 기준으로 30일간 음료수를 구입하면 4500엔(4만7000원)의 비용이 든다. 즉, 구독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음료 구입비를 40%쯤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코카콜라가 자판기를 통한 음료수 구독 서비스에 적극 나선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자판기 매출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본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0년 3월 이후 자판기 매출은 현지 정부의 긴급사태선언 등 외출자제 요청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지 법인 코카콜라BJH는 2020년 1~3월 기준 자판기 음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카콜라BJH는 일본 1위 자판기 사업자다. 음료수 매출 40%는 자판기를 통해 발생된다. 일본 현지서 운영되는 200만대쯤의 자판기 중 35%에 해당하는 70만대가 코카콜라BJH 것이다. 회사는 우선 전국 34만대 자판기를 통해 음료수 구독 서비스를 진행한다.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5월까지 월 구독비의 절반인 1350엔(1만40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에서 음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코카콜라BJH가 처음이 아니다. JR동일본워터비즈니스는 자판기 음료 구독 서비스 ‘에브리패스'를 2020년 10월 선보였으며, 당시 구독 모집인원의 18배에 해당하는 9000명의 소비자가 몰려 현지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에서 자판기 사업은 구독보다는 신선식품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지난해 글로벌네트웍스와 손잡고 정육과 신선식품 자판기 ‘프레시스토어'를 도입한 바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구독 서비스는 핫 트렌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020년 시행한 식품 구독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7.2%가 식품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식품업계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간편식(HMR) 정기배송 주문 건수는 2020년 150만건으로 전년 대비 98만건 증가했다. 롯데제과의 과자 구독 서비스의 경우 1차부터 3차까지 모두 완판 기록을 세웠다. 롯데제과는 향후 과자뿐만 아니라 빙과류, 빵류 등을 통합한 구독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동원홈푸드는 가정간편식(HMR) 전문 자사몰 ‘더반찬&’ 가입자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상품을 판매 중이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더반찬& 정기구독 3종 월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빙그레는 최근 아이스크림 끌레도르 정기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회사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에 5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