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탄화규소(SiC·Silicon Carbide) 반도체’ 시장 추격자로 전락할 위기다. SiC 반도체는 전기차 시대 도래와 함께 향해 10년내 10배 가량 성장이 기대되는 확실한 미래 먹거리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탄화규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7억달러에서 2030년 15배 가량 늘어난 100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 대부분은 단순 설계만 가능한 수준이다. 이미 시장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인피니언 등 해외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생산 인프라와 기술 수준을 고려할때 우리 기업은 이들 해외 기업과 비교해 ‘초보 수준’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과감한 투자로 민간의 해외 선두 업체 추격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탄화규소 반도체는 고온의 환경에서 실리콘과 탄소를 융합해 만든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고온·고전압에 강한 특성을 가졌다. 전력장비에 활용되면 강한 내구성으로 극한환경을 가진 자동차 내부에서도 고신뢰성을 담보하며, 장비 소형·경량화를 할 수 있어 주행거리를 10% 가까이 향상할 수 있다.

국내 탄화규소 반도체 전문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의 탄화규소 반도체 제품사진 / 예스파워테크닉스
국내 탄화규소 반도체 전문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의 탄화규소 반도체 제품사진 / 예스파워테크닉스
주로 전력반도체로 자동차 내부 전자장비와 전력원인 배터리의 전력을 공급·제어 및 변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탄화규소 반도체보다 앞서 전력반도체로 사용된 실리콘 반도체는 고전압에 노출 될 경우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려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실리콘 반도체보다 에너지 밴드갭(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이 3배·절연파괴전계는(반도체 성질을 유지하는 최대전압) 10배 높다. 반도체가 가진 두 특성이 높으면 고전압 환경에서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낮은 전류를 사용하게 돼 배치하는 전선의 규모와 두께가 적어져 경량화와 소형화에 장점이 있다.

열전도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와 설계 효율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에 배치되는 인버터는 배터리 전력을 모터에 맞게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버터의 효율이 주행거리 등 전기차 성능으로 직결된다.

실리콘 반도체 인버터는 전력효율이 95%수준에 머무는데, 낮은 열전도도 때문에 발열로 전력 일부가 방출돼 손실이 발생한기 때문이다. 탄화규소 반도체는 열전도도가 높은 성질 덕분에 발열이 적어 99%에 가까운 전력 효율을 가진다. 탄화규소 반도체 사용한 인버터를 전기차에 배치할 경우 전력효율과 주행거리를 최대 10%까지 향상할 수 있다.

높은 열전도도는 소형·경량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화규소 반도체는 이론상 주행 중 투입되는 공기만으로도 열관리가 가능해 냉각기관을 따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 설계시 안전을 위해 냉각기관을 삽입하지만 인버터(배터리와 모터 간 전력 변환을 담당하는 변환기의 일종) 같은 배터리 장비의 부피·규모도 작아 소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 전기차의 문제인 내연기관보다 무거운 중량을 해결하고 주행거리 향상도 꾀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에서 소개한 탄화규소 반도체 개발 연혁 / 인피니언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에서 소개한 탄화규소 반도체 개발 연혁 / 인피니언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 등에 따르면, 탄화규소 반도체 시장은 2020년 7억 달러(7920억원)시장을 형성했다. 2030년에는 100억 달러(11조 3100억원)규모를 가져 연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은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본격적인 전동화 구축을 목표하는 원년으로 탄화규소 반도체가 전기차 시대 핵심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대에서 탄화규소의 강점과 성장성이 명확하지만, 국내 탄화규소 반도체 수준은 초보단계다. 국내 6개 내외 탄화규소 반도체 기업이 설계에 집중된 사업영역을 가졌으며 제조는 대부분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공장생산을 진행하는 기업은 1곳 정도다.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인피니언 등 외국 기업에서 점유한 탄화규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탄화규소 반도체는 아직 초기 성장기로 소량다품종인 사업 특성상, 메모리 반도체 위주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나서긴 애매한 감이 있다"며 "선도 국가인 일본·독일과 큰 차이가 있고 아직 중소업체 위주다보니 규모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기차 분야에서 탄화규소 반도체를 채택해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정부와 기업차원에서도 추가적인 투자를 기대한다"며 "최근 SK등 일부 기업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에서 2021년 이후 탄화규소 반도체 분야에 추가적인 국책과제를 선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아직 국내 탄화규소 기술 수준과 사업규모가 갈 길이 먼데 정부에서 과거 지원한 연구사업 수준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탄화규소 반도체를 비롯한 화합물 반도체 소제 개발 사업을 신규로 진행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현재 검토 단계를 거치고 예산 신청과 심의에 나설 계획으로 빠르면 하반기에 사업을 실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