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의 글로벌 시장 위상이 높다. 영화 ‘기생충'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폭발시켰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 덕에 2020년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을 57%까지로 끌어올렸다.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은 글로벌 3위 라면기업 자리를 넘본다.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는 K라면은 현재 농심이 선두기업 자리를 지키지만, 원조 라면 제조사는 따로 있다. 바로 국내 라면시장 3위 업체 ‘삼양식품'이다.

1963년 삼양라면 패키지. / 구글
1963년 삼양라면 패키지. / 구글
삼양식품은 1963년 일본 묘죠쇼쿠힝(명성식품·明星食品)의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1호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일본 식품업계는 당시 명성식품이 삼양식품과 함께 한국 땅에 세운 라면 공장이 일본지역 외 1호 라면 공장이라고 평가한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명성식품으로부터 라면 제조 기술을 무상으로 받고, 제조 설비기기는 5만달러(5600만원)에 구입했다.

1960년대 삼양라면 신문 광고. / 네이버
1960년대 삼양라면 신문 광고. / 네이버
국내 라면 원조 삼양라면은 1980년대 중반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농심이 선보인 안성탕면과 신라면이 시장에서 히트를 치며 1위 자리를 내줬다.

라면 원조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의 시초는 닛신식품이 1958년 선보인 ‘치킨라면'이다. 하지만, 닛신의 치킨라면을 원조로 평가하기에 논란이 있다고 본다.

1958년 출시돼 인스턴트 라면 원조로 평가받는 ‘치킨라면'. / 야후재팬
1958년 출시돼 인스턴트 라면 원조로 평가받는 ‘치킨라면'. / 야후재팬
1953년 무라타제면소는 기름으로 면을 튀겨 즉석면을 만드는 제조법 특허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뜨거운 물을 붇고 스프를 뿌리면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면을 선보였다.

1955년 마쯔다산업은 ‘양념 중화면(味付中華麺)’이란 이름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였다. 동명상행은 1958년 봄 닛신이 치킨라면을 시장에 내놓기 수개월 앞서 기름으로 튀긴 면을 양념해 만든 라면 제품을, 비슷한 시기 다이와(大和) 통상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조한 캐시맨(鶏糸麺)을 출시했다.

일본 식품업계는 닛신의 치킨라면이 원조라고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해당 제품의 ‘상업적 성공'에 있다고 본다. 무라타·마쯔다 등 업체 제품은 판매부진으로 소비자의 기억에서 잊혀졌다는 것이다.

닛신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가 치킨라면 제조의 근간이 된 ‘순간유열건조법(瞬間油熱乾燥法)’ 특허를 공개한 것도 닛신의 이름값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안도 창업자는 라면 제조 특허를 독점하면 라면산업 자체가 클 수 없다고 판단해, 1964년 ‘일본라면공업협회'를 설립한 뒤 인스턴트 라면 제조 특허를 공개했다.

닛신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 / 닛신식품
닛신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 / 닛신식품
닛신식품 창업자 안도는 대만인이다. 본명은 오백복(呉百福)이다. 1948년 오사카에 ‘중교총사(中交総社)’를 설립한 것이 오늘날 닛신식품으로 성장했다. 창업자가 일본 국적을 받은 것은 1966년의 일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이자 닛신식품 성장의 기틀이 된 ‘치킨라면'은 2004년 기준 누적 50억개 판매를 달성했다. 닛신을 세계시장으로 이끈 컵라면 ‘컵누들'은 2011년 기준 400억개가 판매됐다.

닛신 대표 라면 상품으로 자리잡은 ‘컵누들'. / 야후재팬
닛신 대표 라면 상품으로 자리잡은 ‘컵누들'. / 야후재팬
닛신식품은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면업계 강자다. 닛신은 2020년 3분기(2020년 4월1일~12월31일) 실적발표를 통해 누적 매출 3738억엔(3조9843억원) 영업이익 499억엔(5325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4%, 영업익은 40.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닛신 해외매출은 1조5396억원에 달한다. 회사 전체 매출의 38.6%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라면 점유율 1위 기업은 중국 ‘캉스푸(康師傅)’다. 2020년 점유율은 13.4%다. 2위는 일본 닛신(日淸)이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 일본의 토요스이산(東洋水産, 7.3%)이 따르고 있다.

한국 농심은 2020년 기준으로 3위인 인도푸드와의 점유율 격차가 1.8%포인트라고 밝혔다. 수년 내 세계시장 3위 차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에 인스턴트 라면을 전파한 명성식품은 1960년 양념라면을, 1961년 ‘묘죠차슈면'이라는 컵라면을 선보인 회사다. 1962년에는 스프를 별도 포장한 ‘묘죠라멘’을 출시한다. 묘죠라멘은 1966년 명성식품의 대표 인스턴트 라면인 ‘묘죠 챠르메라(明星チャルメラ)'의 근간이 된다.

명성식품은 2006년 12월, 닛신식품의 주식공개매수(TOB)를 통해 닛신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명성식품 대표 라면 ‘챠르메라'. / 야후재팬
명성식품 대표 라면 ‘챠르메라'. / 야후재팬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