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서적 인수로 교보문고 대응 모색

교보문고가 도서 도매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중소형 출판사뿐 아니라 지역의 영세 서점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소매력을 갖춘 교보문고가 도매 시장까지 장악하면, 작은 서점들은 점진적으로 ‘비싸게' 책을 납품(공급) 받고 가격 협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들은 대책으로 힘을 모아 인터파크송인서적(이하 송인서적) 인수를 타진 중이다.

지역, 독립서점들이 교보문고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 대다수 서적을 정가의 73% 공급률에 구입 가능하다. /교보문고의 지역독립서점 도서구매 사이트 화면 갈무리
지역, 독립서점들이 교보문고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 대다수 서적을 정가의 73% 공급률에 구입 가능하다. /교보문고의 지역독립서점 도서구매 사이트 화면 갈무리
현재 출판 도매업계는 교보문고와 웅진북센의 ‘양강구도'로 이뤄졌다. 2020년부터 도매 시장에 본격 진출한 교보문고는 지역 주요 서점들로의 공급망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넓혔다. 출판 업계는 교보문고가 시장 진입 초기 ‘저렴한 납품가(공급가)'를 제시한 것을 비결로 꼽았다.

하지만, 서점 업계는 교보문고가 점차 책 공급 가격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저렴한 공급가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운 교보문고가, 작은 서점부터 높은 공급가를 적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서점 관계자는 "이미 교보문고가 책을 더 비싼 가격에 공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실화되면 작은 서점들에게는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도 "어느정도 도매를 잠식했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지역, 동네서점들에 공급율을 올리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것을 작은 서점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 판매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자'인 교보문고의 공급에 의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깊다.

이미 교보문고가 ‘작은 서점 길들이기'로 공급률을 조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보문고는 다른 소매점과는 경쟁 관계인데, 유통도매업도 겸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소매서점이 자기 말을 잘 들으면 공급률을 좀 낮춰준다. 반면 교보문고의 요구를 잘 안들으면 공급률을 높여버리리거나 아예 공급을 안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영세한 서점들에는 차등적으로 ‘높은 공급률'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대량 주문을 하기 힘든 측면이 있기에) 교보문고에서 책을 공급받으면 개별적인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대부분이 73%의 공급률을 적용받고 있다. 반면 교보문고가 자신들의 온오프라인 소매처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을 셀프 공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교보문고는 책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중소형 서점들과 상생차원에서 80년부터 도매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보문고라는 큰 기업이 업계에서 시장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어로 건강하게 자리매김하려며, 어려운 부분들도 지원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교보문고는 본인들이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없다.

교보문고의 지역독립서점 도서구매 사이트 / 교보문고 지역독립서점 구매사이트 화면 갈무리
교보문고의 지역독립서점 도서구매 사이트 / 교보문고 지역독립서점 구매사이트 화면 갈무리
이에 한국서점인협의회(이하 한서협)가 송인서적 인수 의지를 밝혔다. 도서 유통 시에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던 공급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3의 대안을 찾던 중 결정했다. 송인서적은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서점이 힘을 모아 이를 인수, 도매시장의 과점 구도를 깨뜨리면 작은 서점의 협상력이 된다는 계산이다.

한서협측은 "작은 지역 서점들은 온오프라인 서점 소매점을 운영하는 교보문고에 책 공급을 의존하면서 큰 위협을 느낀다. 경쟁자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교보문고는 출판사에도 가혹한 공급률을 요구한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도매 유통 기업들의 과점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송인서적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교보문고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