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국내 첫 의사 처방 디지털 치료제로 치매 치료 판도 바꾼다"

김연지 기자
입력 2021.03.23 16:43 수정 2021.03.23 16:50
한승현 로완(ROWAN) 대표 인터뷰
의사 처방 디지털 치료제 ‘슈퍼브레인’ 선봬
국내 임상서 유의미한 결과…현재까지 수백명에 처방
가파른 시장 변화 ‘ICT 프로그램’에서 ‘디지털 치료제’로

"2019년만 해도 ‘슈퍼브레인’을 ‘ICT를 결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용도가 뭔데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죠. 이제는 치매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라고 손쉽게 설명합니다. 그만큼 디지털 치료제 시장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성장세 또한 무섭다는 뜻이겠죠."

한승현 로완(ROWAN) 대표는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디지털 치료제 시장 현황을 공유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SW)다. 주로 ▲알츠하이머와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 등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 ▲식이·영양·수면 등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성질환 분야 ▲약물중독·우울증 등 신경정신과 분야 치료에 활용된다.

한승현 로완 대표/ 로완
다중영역중재(치매예방프로그램)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각광

2015년 설립된 로완은 다중영역중재 치매 예방 디지털 치료제 ‘슈퍼브레인’을 개발했다. 최성혜 인하대학교 신경과 교수팀을 비롯한 국내 의료진의 임상 데이터가 토대가 됐다. 특히 슈퍼브레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국내 상용화됐다. 슈퍼브레인은 현재 치매안심센터와 각종 병원을 통해 수백명의 인지장애 환자에게 사용된다.

슈퍼브레인의 국내 임상은 15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기관을 포함해 약 3년간 진행됐다. 한 대표에 따르면 유효성과 순응도 평가 등에서 슈퍼브레인은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

그 결과 슈퍼브레인은 현재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인기다. 한 대표는 "약물보다 부작용 위험이 없고, 순응도 추적이 용이하며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진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꼭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라는 개념보다는 ‘즐기면서 훈련할 수 있는 활동’에 가깝고, 특히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 반응이 좋다"고 했다.

슈퍼브레인이 인기를 끈 데에는 의료진과 꾸준히 쌓은 신뢰가 한 몫을 한다. 한승현 대표는 2015년 회사 설립 이후 꼬박 4년 이상을 의료진 관계 및 신뢰 형성에 쏟아부었다. 디지털 치료제의 핵심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닌 의료진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어떤 의료진과 함께 연구했느냐에 따라 디지털 치료제의 방향성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의 팔할은 의료진과의 협업이, 나머지는 기획 의도를 소프트웨어로 옮기는 것에 있다는 설명이다.

韓, 시장 주도권 충분히 쥘 수 있어

한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국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훌륭한 의료진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고, 임상을 대규모로 실시해 빠르게 결과를 도출하는 국가는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러한 국가 간 의료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고 했다.

특히 국내 의료진 수준과 소프트웨어·통신 인프라가 만나면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막대한 시너지를 내뿜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의료진은 20명 내외를 진료하는 해외 의료진과 달리 하루에 50명 이상을 진료한다"며 "디지털 치료제에서 요구되는 요소 중 하나인 ‘의료진의 환자 경험’이 저절로 형성되는 셈이다"라고 했다.

/ 로완
그는 이어 "이같은 경험치는 해외에서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요소다"라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및 통신 인프라가 결합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로완은 올해 하반기부터 슈퍼브레인을 뇌졸중과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확장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승현 대표는 "슈퍼브레인은 식이, 운동, 사회성, 인지능력 강화 훈련 등 생활습관 개선 노력에 기반을 두면서 이를 디지털화한 사례다"라며 "이를 뇌졸중이나 파킨슨에 적용하면 집에서도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예방·관리뿐 아니라 진단 영역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통상 의료진은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의료진이 치매의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며 "로완은 현재 광주 치매 코호트 연구단과 함께 빅데이터 기반 치매 진단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그림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지 수준을 진단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받는 국산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되겠다는 목표다. 한 대표는 "국내서 탄탄한 사례를 구축해 해외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기업이 되기 위해 FDA 신청 작업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로완은 그간 쌓여온 중장년층 뇌 건강 데이터를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유의미한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라며 "디지털 치료제를 토대로 토탈 헬스케어를 아우를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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