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보편화한 가운데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무실에서 나와서 일해야 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거점 오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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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기업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9일부터 미국 본사 문을 다시 열며 직원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 중 원하는 근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MS는 재택근무 정책이 끝나는 7월 이후에도 유연한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연계한 하이브리드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제라드 스파타로 마이크로소프트 365 부사장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하느냐 등과 같은 전통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리더와 조직은 회사 운영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건해 유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데이터센터와 사무실 확장에 70억달러를 투자하며 기존 사무실을 개선하는 한편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등에는 새로운 시설을 짓는다. 이는 유연근무제를 고려한 조치다. 구글은 오는 9월부터 1주일에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는 방식을 채택할 전망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유연근무제 계획을 밝히며 "유연한 근무 형태가 생산성과 협동성, 복지를 향상한다는 가설을 시험해보는 것이다"며 "협업하고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얼굴을 맞대고 모이는 것은 구글 문화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역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 도입을 검토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업무 환경 논의에 나선 것이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코로나19로 새로운 근무 방식의 문이 열렸다"며 "일부 직책에만 과거와 같은 방식의 출근제를 요구하고 나머지에는 1주일에 3일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할 것이다"고 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변화에 대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를 진행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걸 확인했지만, 재택근무와 현장근무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아직 검증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브리드 방식은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한 실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재택근무 도입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해외 기업과 비교해선 아직 변화가 더디다.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거점 오피스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 인력을 분산 배치하는 동시에 대면 업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SK텔레콤, 롯데쇼핑, LG이노텍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거점오피스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공유오피스 업계도 거점 오피스 수요를 겨냥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공유오피스는 '공용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방역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오히려 분산 업무를 위한 거점 오피스 수요, 스마트워킹 문화 확산 등으로 성장 기회를 잡았다"며 "‘리모트워크 시스템, 멤버십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를 획일적인 근무 형태에서 벗어나 각 기업에 최적화된 업무 방식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분야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보고서에서 "앞으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업무범위를 점차 넓히면서 최적의 재택근무 조합을 찾아 나갈 것이다"면서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현상이 업무성격, 업무역량, 문화적 차이 등을 무시하고 모든 기업의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