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서부터 시작된 연봉 인상 바람이 중소 게임사로 불고 있다. 대기업 처우를 보고 박탈감을 느낀 직원들이 퇴사 움직임을 보이자 내부 직원 유출을 막기 위해 중소 게임사들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갈수록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개발자 양극화 현상을 낳고 있다고 토로한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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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간 인력 이동 추세가 활발해지고 있다. 각 게임사가 개발자 모시기에 한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이른바 3N의 파격적인 연봉인상이 인력 이동에 불을 붙였다.

이에 중소기업은 인력 이탈을 막는 이른바 ‘집토끼 잡기 전략’을 펼친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우수한 개발자를 붙잡기 위해 중소 게임사들도 잇따라 연봉을 인상하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별이되어라!’의 제작사 플린트는 임원진을 제외한 전직원 연봉 1000만원 인상을 23일 발표했다. 신입사원 초봉 역시 3800만원까지 인상했다. 같은날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엔진 ‘플라네타리움’ 제작사 나인코퍼레이션도 임직원 연봉을 인상함과 동시에 3300만원 상당의 보상 패키지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전직원 평균 현금 연봉 인상률은 14%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수익창출이 떨어지는 중소개발사는 자금이 부족으로 인해 인력 보충마저 힘들어져 ‘인력 양극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봉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힌 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회사 내 개발자들이 3N사 같은 연봉 인상 기업을 보고 벌써 이직이나 퇴사한 사례가 있다"며 "직원 사기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기업은 개발자를 붙잡아야 그나마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 개발자 연봉만이라도 올리자는 논의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인력을 뺏고 뺏기는 일이 곧 비일비재하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게임사의 무분별한 연봉 인상이 결국 게임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업체 간 경쟁으로 연봉 인상이 결정된 만큼 매년 연봉 인상 논란은 불거질 수 있다"며 "부족한 자금은 신규 아이템을 더 비싸게 내놓는 등 이용자들로부터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