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앞세운 구독형 독서 플랫폼 서비스가 활황이지만, 정작 작가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세를 정산할 때 기준이 되는 책 대여 기록이 전자책 부문에서는 불투명하게 산정된다. 나아가 구독형 독서 플랫폼이 책 판매 수요를 상당 부분 줄이고 있다는 반발감까지 더해졌다.

작가들은 출판사와의 불공정 계약도 꼬집는다. 이 경우 작가가 쓴 작품이 구독형 플랫폼에서 아무리 많이 읽히더라도, 작가에게는 미미한 수익만 돌아간다.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는 배를 곯지만, 출판사는 마케팅 및 홍보 수단을 얻는다.

밀리의서재 화면 / 밀리의서재 화면 갈무리
밀리의서재 화면 / 밀리의서재 화면 갈무리
구독형 독서 플랫폼들은 한달에 1만원 내외 금액을 받고 수천권 이상의 전자책을 제공한다. 밀리의서재가 대표 기업이다. 2017년 10월부터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 밀리의 서재는 3년 4개월만에 누적 회원수 300만명, 도서 수 10만권을 돌파했다. 3월 협력 출판사도 1000곳을 넘어섰다. 리디북스 ‘리디셀렉트', 교보문고 ‘sam’, 예스24 ‘북클럽’도 비슷한 서비스다.

구독형 독서 플랫폼이 생겼을때, 출판업계에서 ‘독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출판업계가 구독형 독서 플랫폼을 반긴다. 특히 밀리의 서재는 출판사에 지급하는 정산을 책 ‘대여 숫자(오픈 숫자)'에 비례해 출판사들의 거부감을 낮췄다.

밀리의 서재는 책 출판·전송권을 가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전자책 정가의 80%에 공급 받는다. 이용자가 책을 대여하면 그 수를 실제 책을 공급받은 것으로 가정하고 정산한다. 리디북스는 각 출판사에 대한 정산 원칙을 대외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출판 계약마다 상이하다고 밝혔다.

작가들이 구독형 독서 플랫폼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책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은 반갑게 본다. 하지만, 정작 고료 정산의 근거가 되는 ‘도서 대여율’이 불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작가는 "고료 정산의 근거는, 오직 밀리의 서재가 추산해 일방적으로 안내하는 책 대여 기록 뿐이다. 밀리의 서재가 알아서 잘, 솔직하게 기록했다고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작가가 요청을 해야 알려준다"고 꼬집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책은 판매점별 집계와 재고 현황을 출판사가 상세히 기록한다. 하지만, 구독형 독서 플랫폼은 이를 작가에게 밝히지 않고 출판사와만 공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내 작품이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밀리의 서재에 문의하니 상당한 대여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고료를 계산해보니, 작가인 내가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1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출판사로부터 정산받은 금액은 600만원쯤에 불과했다. 각종 불공정 계약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구독형 독서 서비스에서 월 1만원쯤만 내면 내 책을 얼마든 볼 수 있는데, 누가 내 책을 사서 보겠는가. 이들은 주 사용자들이 독서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도 믿기 어렵다. 작가는 구독형 독서 서비스로부터 정산도 제대로 못 받고, 책이 팔릴 기회마저 빼앗긴다"고 비판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작가들은 예상과 달리 책이 인기를 끌면, 그 다음에야 계약에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권한양도 조항 등이 있는지 처음부터 잘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측은 "우리는 작가가 아닌, 출판권을 가진 출판사와 계약한다. 작가와 출판사 사이 고료 문제는 알지 못하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